도요타노조가 단돈 1백엔에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17일 끝난 도요타자동차의 임금협상에서 노사양측은 올해 임금인상액을
9천4백엔으로 한다는데 합의하고 춘투를 마무리지었다.

그런데 노조위원장은 협상타결후 눈물을 글썽이면서 "9천3백엔이면 타결이
가능한데 9천4백엔이나 얻어 내다니"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노조측은 당초 상부조직인 자동차총련이 제시한 최저 가이드라인인 ''전년
실적 플러스 6백엔''에 의거해 9천3백엔 인상을 목표로 내세웠다.

이에반해 회사측은 "임금인상은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명분아래
"9천엔도 어렵다"는 주장을 폈다.

타결전일인 16일까지도 9천2백엔이상은 불가능하다고 버티던 회사측은
17일에 돌연 "9천4백엔을 인상해 주겠다"고 노조측에 제시했다.

단돈 1백엔이긴 하지만 회사가 노조의 요구를 웃도는 폭으로 임금을 인상
하는 전대미문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회사측이 이처럼 이례적인 조치를 취한 것은 사내외적으로 여러가지 요인을
복합적으로 감안한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우선 사내적으로는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는 것을 계기로 사원들의 사기를
앙양시키자는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지적된다.

도요타는 지난해말부터 페루인질사건 헬리곱터 추락사고 아이신정기공장
화재등 사건사고가 줄을 이었다.

특히 오는 4월의 소비세인상 이전에 차를 구입하려는 소비자들로 인해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데다 화재로 인한 감산분을 커버하기 위해 최근에는
공장이 계속 풀가동하는 등으로 사원들의 사기가 떨어져 왔다.

경쟁사들에 대해 비교우위를 유지해 자존심을 지키자는 측면도 들어 있다.

혼다 닛산등은 도요타와의 격차축소를 이번 춘투의 최대목표로 삼아 왔다.

도요타가 전년대비 6백엔을 더 인상하는 것을 전제로 닛산은 7백엔, 혼다는
8백엔을 더 얹어 줄 것을 회사측에 각각 요구해 왔다.

이에따라 닛산은 9천엔 혼다는 9천2백엔이 인상됐지만 도요타와의 격차는
거의 줄지 않았다.

더구나 보너스에서도 도요타는 6.1개월분을 지급키로 해 닛산의 5.3개월,
혼다의 5.9개월을 웃돌고 있다.

외부적으로는 상부노조인 자동차총련의 힘을 약화시키자는 목적이 들어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총련이 설정한 가이드라인을 무력화시킴으로써 도요타는 결코 총련의
힘에 굴하지 않는다 는 이미지를 유지하자는 전략이다.

회사측의 이같은 작전은 맞아 떨어져 실제 자동차총련에 대해서는 벌써부터
가이드라인을 잘못 설정했다는 비판과 함께 집행부의 지도력에 대해서도
의문의 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도쿄=이봉구 특파원]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