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지특약 독점전재 ]

지난달 27일 프랑스 르노자동차가 벨기에공장 폐쇄를 전격 발표함에 따라
유럽전체가 들끓고 있다.

3천1백명의 벨기에공장 근로자는 연일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고 르노측은
공장폐쇄에 대한 확고한 입장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노사양측이 이처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EU집행위원회와 관련
당사국까지 가세, 문제는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유럽자동차메이커들에도 이번 르노사태는 강건너 불구경일 수 없다.

이들의 일반적인 시각은 "올것이 왔다"는 것.

뒤늦은 감이 없진 않으나 누군가는 해야할 일을 르노가 과감히 추진했다는
표정들이다.

속으로는 박수를 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르노가 경영합리화의 "좋은 선례"를 남겨 주길 간절히 바라면서.

최근 몇년사이 유럽의 여타제조업들은 단일시장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
리스트럭처링등 경영합리화작업을 통해 경쟁력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심지어 애완동물먹이에서 합성세제업계에 이르기까지.

그러나 유독 자동차산업만큼은 이같은 시대흐름에서 한걸음 뒤로 물러나
있었다.

이로 인해 정부보조금에 지나치게 의존해 왔던 오랜 판매관행은 쉽게
사라지질 않고 있다.

게다가 공급과잉으로 인한 출혈경쟁 때문에 경영상태는 날이 갈수록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속이 썩을대로 썩고 있었다는 얘기다.

외견상 유럽자동차시장은 견실한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지난해 유럽내 자동차판매대수는 1천2백80만대.

전년대비 80만대이상 늘어난 괄목할만한 성장세이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빛좋은 개살구이다.

전체매출중 상당부분이 출혈판매내지는 정부보조금에 의해 발생한 것.

많이 팔긴 했지만 알맹이 없는 장사를 했다는 결론이다.

프랑스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지난해 유럽의 자동차판매증가분(80만대)중 4분1에 해당하는 20만대가
프랑스시장에서 팔렸다.

이같은 판매신장은 신차구입시 지급됐던 대당 1천2백달러에 달하던 정부
보조금 덕분이었다.

물론 보조금지급이 중단된 이후 자동차판매가 급격히 줄어든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과잉생산도 유럽자동차업계의 큰 골치거리이다.

각사마다 의견이 분분하지만 연간 2백80만대가 과잉공급상태에 있다는게
공통된 견해다.

포드 유럽사의 시각은 좀더 비관적이다.

수요에 비해 연간 5백70만대나 더 생산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러니 업체간 출혈경쟁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이쯤되면 가격할인비용을 포함해 판매에 드는 전체비용이 북미시장의 두배
에 달한다는 것도 쉽게 납득이 간다.

이런 상황에서도 독일폴크스바겐(VW)이나 미국제너럴모터스(GM)이 유럽
시장에서 알찬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는건 우연이 아니다.

상대적으로 이 두회사는 몸집줄이기를 게을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VW는 유럽시장에서 지난해 4억달러의 순익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두배에 가깝다.

GM도 10억달러의 영업이익을 냈다.

르노의 8억6천4백만달러에 달하는 적자와 매우 대조적이다.

물론 여기엔 벨기에공장폐쇄로 발생하는 비용이 포함되긴 했지만.

따라서 이번 르노사태를 계기로 그동안 온실속의 화초로 자라온
유럽자동차업계에 일대 경영개혁의 세찬 바람이 휘몰아칠 전망이다.

이미 피아트등 대부분 자동차메이커들이 경영합리화에 발벗고 나설 태세다.

르노의 뒤를 이어서.

< 정리=김수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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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rope"s great car war, March 14, Economist"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