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조야가 온통 ''클린턴이 중국계의 로비성자금을 불법 인수했다''는
의혹으로 떠들썩하다.

이는 단순한 부정선거시비가 아니다.

미국내에서 대중 강경파들이 서서히 세를 확대하고 있으며 최근의 시비
거리로 호기를 잡았을 뿐이다.

클린턴정부의 유약한 대중정책에 반대하는 기류가 미국정가에 흐르고 있는
것이다.

이와관련,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도 클린턴의 당면과제는 반중국적
정서의 확산을 차단하는 일이라고 전하고 있다.

대표적인 강경론자인 로스 먼로와 리처드 번스타인(''다가오는 중국과의
분쟁''의 공동저자)이 분주해진 것도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한다.

최근 이들은 각종 신문에 글을 발표하고 하루에도 10여차례씩 인터뷰와
토크쇼에 모습을 드러낸다.

언론에 게재되는 중국두드리기 류의 기사들은 전통적으로 강경책을 구사
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공화당의 입장과 맥을 같이 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중도성향의 싱크탱크(두뇌집단)와 언론인들 사이에서도
중국정책은 재평가되고 있다.

요즘은 아주 미묘한 시점이다.

미중간의 고위급외교가 한창 물이 오른 상태이며 협상실무진들은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가입을 위한 모종의 돌파구에 상호접근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중국에 대한 국민정서가 적대적으로 돌아서 의회를 흔들게
되면 백악관 이란 상표의 점잖은 대중외교는 변화의 압력을 거세게 받을
수밖에 없다.

''외부세계와 폭넓은 접촉이 있어야 중국이 세계규범을 따르게 된다''는
백악관정책의 기조는 서서히 도전받아 왔다.

지난 2월초 미국무성은 반체제인사들에 대한 중국정부의 처우가 악화됐다
고 지적했다.

미국이 인권문제와 최혜국대우경신을 연계시키지 않는다고 결정내린 것이
계기가 됐다는 시각이었다.

국방정보국(DIA)의 패트릭 휴고국장도 상원청문회에서 "중국은 향후
수십년안에 미국국익에 대해 매우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있다"고 설명했다.

이제까지 중국의 군사력에 대해 한수 접어두는 자세를 보여 왔던 DIA의
태도가 바뀌는 조짐이다.

어느누구도 노골적으로 중국에 대한 접근자세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진
않지만 분명히 정치적인 분위기는 강경자세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많은 중국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점은 ''냉전히스테리 증상이 다시 번지지
않을까''하는 점이다.

중국이 그들의 낙후된 산업과 군대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어떤 행동을
취하든 ''법썩떨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볼 것이다.

개입이 있어야만 중국이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나올 수 있다는
클린턴행정부의 입장에는 신강경파들도 공감한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개입을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어느 선까지 개입
하느냐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클린턴동료들이 스스로 중국에 대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확실한 의미를
모르고 있다는 염려가 들었다. 이제 시계추가 방향을 돌리면서 균형잡힌
개입으로 가고 있는 것같다"(제임스 릴리 전주중대사)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앞으로 중국과의 WTO교섭에서 경제개혁지원등을 포함한 많은 약속들이
이뤄질 것이다.

그러나 성실히 수행될 것으로는 장담할 수없다.

두번씩에 걸친 약속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는 여전히 음반과 소프트웨어의
무단복제가 횡행하고 있다.

해마다 확대돼 온 미국의 무역적자는 중국에 우호적이었던 ''주식회사
미국''의 기반을 약화시키고 있다.

지난해 중국경제는 9.7% 성장했다.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은 13%나 늘어났지만 수출은 옆걸음을 쳤다.

미업계의 친중국적인 무드마저도 썰렁하게 만든 성적표였다.

미행정부는 인내를 강요한다.

중국고위층들이 장쩌민(강택민)주석의 7월 방미때 WT0가입문제를 타결짓기
위해 미국과의 이견을 좁히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반중국적인 정서의 확산, 자신들을 봉쇄하려 든다는 중국쪽의 눈초리,
이것들을 차단하는 것이 클린턴의 당면과제다.

< 박재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