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식 전통 국수에서 출발해 이제는 세계인의 먹거리가 된 라면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기위한 세계 라면 제조업자들의 정상회담이
4,5일 이틀간 일본 도쿄에서 개최돼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10여개국에서 온 17개 라면 제조업자들은 도쿄에서 첫
국제 라면 정상회담을 갖고 새로운 국제 식품규격에 부응하기 위한 업계의
대응방안을 협의하고 국제 인스턴트 라면 제조업 협회를 새로 결성할 예정
이다.

참가업체들을 보면 미국의 캠벨수프, 스위스의 네슬레, 브라질의
니신-아지노모토알리멘토스 등 다수의 서양기업이 포함돼 라면의 국제화를
실감케 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한국의 농심을 위시하여, 대만의 프레지던트엔터프라이즈스,
태국의 사하파사타인터-홀딩, 인도네시아의 PT인도푸드수이크세스, 필리핀의
유니머셜로비나사 등이 이번 정상회담에 참석했다.

라면의 원조인 중국에서는 지나르마스사와 팅신인터내셔널그룹이 참가
했으며 라면 국제화의 주역인 일본에서는 라면의 선구자로 불리는 니신식품
이 이끄는 6개 라면 업체가 참석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회의에서 참가업체들이 "라면의 품질과 안전문제,
환경보호문제 등에 공동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별 포장 또는 즉석 소비를 위해 폴리스티렌 용기에 담겨 판매되는 라면은
이미 세계 1백여개국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해물라면,
야채라면, 김치라면, 돼지고기라면, 카레라면 등 민족적, 지역적 소비자
구미를 맞추기 위한 다양한 제품들이 개발돼 있다.

심지어는 약초와 콜레스테롤 감소물질 등을 첨가한 건강라면이 나올 정도로
라면의 종류는 다양하다.

인스턴트라면은 당초 식량부족으로 고통받던 시절, 고칼로리의 주식
대용식품으로 개발됐으나 이제는 저칼로리의 건강식품으로 치켜 올려지고
있다.

반영구적 보관이 가능한데다 뜨거운 물만 있으면 언제든지 먹을 수 있다는
간편성 때문에 라면은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지구촌의 먹거리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일본에 처음으로 닭국물 라면이 등장한 것은 지난 58년.

이 라면이 미국에 상륙한 것은 니신 식품이 미국에 자회사를 설립한 지난
72년이지만 그 이래 라면은 폭발적 성장세를 거듭해 지금은 전세계
1백여개국에서 매년 3백50억개가 팔려나가고 있다.

지난 95년을 기준으로 할때,라면 소비량은 중국이 1백20억개, 인도네시아
60억개, 일본 52억개, 한국 35억5천만개, 미국 20억개 등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수로 된 음식에 익숙한 아시아에서는 콩간장으로 맛을 낸 국물을 기본
으로, 국가별로 선호하는 양념만 가미하면 라면은 쉽게 팔려 나갔지만
문화가 다른 서양에서는 현지화를 위해 상당한 변형이 가해지기도 했다.

젓가락 문화가 없는 서양에서는 작은 플래스틱 포크로 손쉽게 라면을 먹을
수 있도록 면발이 짧아졌고 육식을 하지 않는 인도인들을 위해 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라면이 개발되기도 했다.

수프에 국수를 말아먹는 것을 어색하게 생각하는 유럽인들을 위해 유럽
라면에는 국물 대신 크림 소스가 들어간다.

할리우드 조차 니신 식품의 TV 라면광고물 "배 고파?" 제작에 일조한 바
있다.

할리우드에서 제작된 이 코믹 광고물은 원시인들이 저녁식사감으로 동굴
밖에서 맘모스를 사냥하는 대신 동굴안에서 컵라면으로 간단히 한끼를
해결하는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