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마사요시(손정의) 소프트뱅크사장과 루프트 머독 뉴스코퍼레이션회장이
TV아사히 주식 지분(21.4%)을 매입했을 때와 똑같은 가격인 4백17억5천만엔
에 아사히신문측에 되넘기기로 한 것은 위성방송사업을 원활히 추진키 위한
고육책임에 틀림없다.

< 본지 3월4일자 참조 >

손사장과 머독씨는 주식을 인수할 때부터 "자본참여는 경영권을 장악키
위한 것이 아니라 1백개이상의 채널을 갖는 위성디지털방송 ''J스카이B''를
성공시키기 위한 사전포석"이라고 공언해 왔다.

무수한 채널에 공급치 않으면 안되는 소프트 프로그램을 보다 원활히
확보하자는 차원이다.

그러나 두사람이 지난해 TV아사히의 최대주주이던 오분샤(왕문사)미디어를
인수하면서 갑자기 최대주주의 자리를 빼앗긴 아사히신문측은 혹시라도
이들이 경영권장악을 노리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면서 대책본부까지 설치하는
등 이들을 견제하는데 전력을 쏟아 왔다.

아사히신문은 명의개서등을 통해 관련주식을 끌어모아 지분을 34.1%까지
높임으로써 필두주주의 위치를 되찾는 한편 머독씨등이 지분에 비례한
경영진 선임을 요구한데 대해서는 "두사람까지는 받아들이겠지만 어디까지나
비상임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아 이들의 경영참여를 제한했다.

게다가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일본미디어업계를 비롯 정계 재계등의 반응도
좋지 못하자 손사장과 머독씨는 이같은 상황에서는 위성디지털 방송도
지장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판단해 아사히신문측의 재매각 제의에 응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손사장 머독회장및 아사히신문의 마쓰시타사장이 3일의 기자회견에서
"아사히신문은 J스카이B 사업에 가능한한 협력키로 했다"고 발표한 것도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주식을 버리는 대신 방대한 소프트를 보유하고 있는 아사히측과의 우호
관계를 선택한 셈이다.

이같은 의도는 매입한 가격과 똑같은 수준에서 주식을 되넘긴 점에서도
읽을 수 있다.

손사장등은 당초 보다 높은 가격에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매매차익을
남기지 않는 것이 협력관계에 더욱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손사장및 머독씨측과 아사히측의 협력이 실제 어느정도로 이뤄질지
는 미지수다.

양측의 협력에 관한 이야기가 전혀 구체성을 띠지 못하고 있는데다
아사히신문측은 "우리는 협력하지만 TV아사히의 경우는 TV쪽에서 알아서 할
문제"라고 밝히고 있다.

프로그램의 보고인 TV쪽의 협력이 보장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아사히신문측은 J스카이B뿐아니라 퍼펙트TV등 여타 위성방송들과도
협력할 여지가 없지 않다.

< 도쿄=이봉구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