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드로 고객을 사로잡아라-.

세계 자동차 업계가 "무드" 전략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신차 전시장을 제품이미지와 고객층에 맞는 무드로 꾸며 관람객들을
구매고객으로 끌어들인다는 마케팅 전략.

세계 최대의 자동차업체 GM은 이런 "전시장 마케팅"에서도 선두주자다.

지난주 시카고에서 열린 모터쇼의 신형 트럭 "GMC엔보이" 전시회를 보자.

번쩍이는 대리석 바닥위로 은은한 할로윈 조명이 떨어진다.

그 한쪽구석에 놓인 우아한 그랜드 피아노앞에서는 턱시도를 멋지게 차려
입은 피아니스트가 "랩소디 인 블루"를 연주하고 있다.

사방을 하얀 커튼으로 화려하게 장식한 회전 무대 한가운데 드디어 "작품"
이 등장한다.

마치 박물관에 전시된 예술작품처럼 유리관 안에 "모셔진" 것은 다름아닌
"트럭".

바로 "GMC엔보이"다.

"기존의 트럭은 거칠고 딱딱했다. 이런 터프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세련된
고급트럭의 모습을 고객들의 머릿속에 넣고 싶었다".

GM이 내세우는 이번 시카고 모터쇼의 기획의도다.

이렇게 제품에 맞는 디스플레이를 한번 하는데 드는 돈은 무려 8백만달러
(약 70억원).

천문학적 돈이 드는 만큼 디스플레이도 최고급 전시 전문디자이너들이
맡는다.

과연 신차 전시 한번에 수백만달러를 들일 만큼 이런 "무드전략"이 효과가
있을까.

업계 관계자들은 "예스"라고 단언한다.

GM의 시카고 모터쇼만 하더라도 GMC 전시장에 다녀간 관객은 1백만명에
달한다.

이들 고객중 절반정도만 구매고객으로 연결시킬수 있다면 GM으로서는
디스플레이 비용의 본전을 뽑고도 남는 셈이다.

미 자동차 업계에서는 올봄 미국에서 열리는 총 75차례의 모터쇼에서
1천5백만명의 관람객들이 동원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들중 내년에 자동차를 구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잠재구매자는 75%정도.

업계에서 모터쇼를 마케팅 수단 "넘버원"으로 꼽고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미국 3위의 자동차 업체 크라이슬러도 GM에 뒤질세라 "무드전략"에 한창
이다.

크라이슬러의 인기제품 "지프"의 이미지는 거친 길에서도 끄떡없는 튼튼한
차.

크라이슬러는 여기에 걸맞게 인조 흙과 바위로 장식된 무대에 폭포까지
동원해 산악분위기를 연출했다.

그 한가운데 놓인 바위위에 비스듬한 앵글로 지프를 전시한 것.

포드는 "링컨머큐리"의 고급차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은은한 조명아래
값비싼 보석세트들로 차 주변을 장식하기도 했다.

디스플레이의 주요요소인 조명에서 만큼은 단연 독일업체들이 발군이다.

고급차의 대명사 벤츠의 경우 차에 그림자가 지는 것을 막고 곡선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자동차 바로 위에서 수직으로 조명을 비춘다.

폴크스바겐은 최근 신차전시회때 건축가, 디자이너, 아티스트등 막강한
맨파워를 자랑하는 디스플레이 전문대행업체 미 익시비트웍스사의 전문가들
을 독일까지 불러들였다.

폴크스바겐의 까다로운 주문탓이 이번 디스플레이에만 한달이상 걸렸을
정도.

이런 자동차 전시에도 유행이 있다.

"올해 자동차 전시에 유행하는 카페트는 밝은 빨간색과 극명한 대조,
대담한 무늬"라는게 카페트 업체 도날드맥냅사의 스콧 클레멘츠 부사장의
설명이다.

전시장 분위기를 생동감 있게 꾸미기 위해 나무와 꽃을 활용하는 것도
인기 아이디어다.

디트로이트 모터쇼의 로드 알버트 사장은 이런 요란스런 자동차 전시를
보고 있노라면 "파리의 패션쇼장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진다"고 말한다.

그의 표현대로 "자동차 패션쇼"가 세기말 메가컴피티션 시대의 새로운
판촉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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