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소평 사망 소식이 전해진 20일 서울 명동 중국대사관에는 국내 고위층
인사들의 조문행렬이 이어졌다.

이날 오후 5시5분께 김영삼대통령을 대신해 김광일 대통령비서실장과
반기문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다녀간데 이어 유종하 외무장관, 이수성 총리,
김한규 총무처장관 등이 시간을 두고 차례로 조문.

특히 국내 기업인 가운데에선 제일먼저 박정구 금호그룹회장이 오후 5시
25분께 조문대열에 합류해 눈길.

이들은 장정연 대사를 만나 등 사망에 대한 애도의 뜻을 전달했다.

한편 중국대사관측은 이날 오후 4시30분부터 1시간동안만 조문객을
맞았으며 본격적인 조문은 정식으로 분향소를 마련해 21일 오전 10시부터
받기로 했다.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가 아침 7시30분 조기로 걸린 명동 중국
대사관에서는 김연광 공보관이 오전 9시45분께 정문으로 나와 대기중인
기자들에게 "이른 아침 비보를 접했다"며 "이시간 이후 모든 업무가
정상적으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대사관내 관저에 머물고 있는 장정연 중국대사는 이날 새벽
본국으로부터 긴급 전문을 받고 대사관 관계자들을 소집해 분향소 설치문제
등 대책을 는의했다고.

<>.한중 국교정상화후 명동대사관 건물을 중국측에 넘기고 서울 세종로
동화빌딩 6층으로 자리를 옮긴 대만 대표부에서도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등소평 사망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특히 일부 직원은 조간 신문기사를 스크랩하고 관련 자료를 수집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대만 대표부 관계자는 조기를 내걸 것이냐는 질문에 "김일성 사망을
애도하기 위해 한국에서 조기를 게양했느냐"며 시큰둥한 반응.

<>.등소평 사망 소식을 접한 화교사회는 대부분 대만 국적을 갖고 있는
탓에 술렁임없이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대부분 화교들은 중국의 정책방향이 지금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중국의 발전속도가 늦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를 표시.

인천시 선린동 일대 화교촌은 8백여명의 화교들이 평일과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인천 화교협회 장의량 섭외담당(56)은 "중국이 이미 개방돼 화교들이
대만과 중국을 자유로이 왕래하고 있다"며 "등소평 사망으로 화교들의
무역업무 등은 거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수의 한성화교 중.고등학교장(55)는 "등소평 사망으로 중국의 대외
개혁개방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며 "오래전부터 강택민과 이붕 등
후계자들에게 권력을 이양했기 때문에 내부적인 혼란은 별로 없을 것"
이라고 전망.

연세대에 유학중인 북경 출신의 리판씨 (26.사회학과 박사과정)는
"등소평 사망이후 중국의 발전속도는 약간 늦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관광업계는 황장엽비서 망명신청과 이한영씨 피습 등으로
가뜩이나 위축된 중국 관광수요가 등소평 사망으로 최악의 상황을 맞지
않을까 걱정하는 모습.

여행업계 관계자는 "작년만해도 각사별로 한달에 40-50명에 달하던 중국
관광신청이 이달 들어서는 한 건도 접수되지 않고 있다"며 "그나마 예약도
잇달아 취소되는 등 그야말로 악몽을 꾸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H관광 동남아여행과의 정성남씨(28)도 "겨울이 가뜩이나 중국 여행의
비수기인데 등소평 사망소식이 전해지면서 문의조차 끊겼다"며 "현재
분위기로 봐선 다음달까지도 중국을 찾는 관광객은 없을 것 같다"고
전망.

< 김희영.한은구.김준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