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뉴욕증시는 "기록의 날"이었다.

다우존스공업평균 지수 사상최초로 7천 돌파.

최단기(4개월) 1천포인트 상승.

S&P-500과 뉴욕증권거래소 종합지수사상 최고치 경신..

주가상승속도도 아찔할 정도다.

올들어 지금까지 1달반여동안 주가는 총 9%가 급등했다.

미주가는 올 한햇동안 총 8-9% 상승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점쳤었다.

1년동안 천천히 소화해야할 분량을 1달반만에 먹어치운 것이다.

주가 기록 경신횟수도 놀랍다.

올들어 지금까지 주가는 12번이나 새로운 기록을 만들었다.

지난해(26번)의 절반 가까운 숫자다.

6천9백을 넘은지 단 하루만에 다시 7천선을 넘는 진기록도 이날 이뤄졌다.

이상한 점은 이날 뉴욕시장에는 주가를 이처럼 강력히 밀어올릴만한 특별한
"재료"가 없었다는 것이다.

미기업들의 수입급등 발표도 없었고 눈에 띄는 경제지표도 나오지 않았다.

1월 소매물가 상승폭이 미미(0.6%)했다는 소식과 지난주 실업자수가 예상
보다 훨씩 적었다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특히 실업관련통계는 인플레이션 요인으로 증시에는 "악재"로 받아들여질수
도 있다.

그런데도 주가는 7천벽을 뚫었다.

원인이 어딨을까.

그 요인은 "투자심리"였다.

주가의 앞날에는 오로지 "상승"뿐이라는 극단적인 낙관론이 이날 주가를
7천고지로 끌어올린 셈이다.

모건스탠리의 수석이코노미스트 스테판 로치는 "투자자들은 인플레 우려나
금리인상이 영원히 추방된 이상적인 증시세계에 살고 있다는 확신에 차
있다"고 표현했을 정도다.

이런 증시낙관론은 지난달 증시유입 금액에서도 나타난다.

지난 1월 미주식시장(주식형 투자신탁 기준)에는 총 2백40억달러(약
21조원)의 투자자금이 쏟아져 들어왔다.

월간 기준으로 사상 4번째 기록이다.

주식시장 활황으로 수익률이 높아지면서 투자가 몰려들고 투자액이 대량
유입되다보니 다시 주가가 높아지는 호순환이 게속되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이런 투자심리 밑에는 탄탄한 경제기반이 버티고 있다.

바로 인플레이션 없는 안정적 경제성장과 리스트럭처링으로 단련된 미
기업의 영업 호조다.

지난 1월에도 미기업들은 꽤 짭짤한 장사를 했다.

투자심리, 경제안정, 기업들의 영업호조등 증시의 3박자가 맞아 떨어지면서
미주가가 한없이 오르고 있는 셈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도 주가가 앞으로도 상승국면을 벗어나진 않을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시장의 여건은 여전히 탄탄하다.

현재 물가가 워낙 잘 잡혀 있기 때문에 단기간내 금리인상 가능성은 거의
없다.

노후보장 수단으로 주식투자에열을 올리는 50대 전후의 베이비붐 세대와
재테크에 능한 20대의 2차 베이비붐세대들은 증시에 엄청난 돈을 밀어넣고
있다.

결국 주가는 특별히 미경제에 이상조짐이 나타나지 않는한 당분간 상승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미주가의 단기적인 숨고르기는 불가피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볼때 올해안에
8천선 돌파는 무난하지 않겠냐는 장밋빛 무드가 미증시를 휩싸고 있다.

*** 7000 돌파하기 까지

아다지오에서 프레스토로-.

"느리게" 시작된 미주가상승 행진곡은 현재 "가능한한 빠르게" 연주되고
있다.

지난 1896년 5월 출발한 다우지수는 56년 대망의 5백고지에 처음 오른다.

무려 60여년의 세월이 걸린 셈이다.

그이후 18년만인 72년 1천선을 돌파한다.

다시 2000벽을 뚫기까지는 15년.

87년 2천고지 점령이후 다우지수는 사상 최악의 주가붕괴사태(87년
블랙먼데이)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다시 4년만(91년)에 3천벽을 뚫는 놀라운
회복력을 보여준다.

그때부터 주가의 상승행진은 스피드시대로 돌입한다.

3년 10개월만(95년2월)에 4천, 9개월(11월)만에 5천, 11개월(96년10월)만에
6천을 차례로 넘었다.

그이후 불과 4개월만인 97년 2월.

다우지수는 드디어 7천시대에 들어섰다.

그야말로 "미주가 광상곡"이다.

< 노혜령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