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가치를 현수준에서 안정시키자"는 선진7개국(G7)의 합의가 나온
이후 첫 국제외환시장이 열린 뉴질랜드 웰링턴.

개장 직후부터 달러화는 무서운 기세로 "수직낙하"하기 시작했다.

오전 6시께(한국시간) 달러화는 1백20.35엔까지 폭락했다.

G7재무장관및 중앙은행 총재회담 직전(7일) 뉴욕시장의 장중 최고치
1백24.70엔에 비하면 무려 4.35엔이나 폭락한 셈이다.

2시간여 후에 열린 호주 시드니환시장에서 달러급락세는 피치를 더했다.

달러화가 1백20.20엔까지 떨어진 것이다.

달러화의 1백20엔 지지선은 금새라도 무너질 기세였다.

그러나 불과 1시간만에 달러화는 다시 반등했다.

오전 9시께 도쿄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1백22.28엔에 거래를 시작했다.

이날 달러화 시세는 1백22.76엔에서 형성됐다.

달러폭락의 "G7쇼크"는 3시간여만에 끝나 버린 것이다.

이날 오전 국제외환시장의 달러동향은 이번 G7의 "약발"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달러안정"을 강조한 G7성명의 달러하락 효과는 단기에 그칠뿐 달러강세
기조 자체를 뒤바꿀만큼 강력하진 못하다는 얘기다.

G7직후 달러는 다소 하락하겠지만 장기적으로볼때 달러화는 여전히 고수준
에 머무르리란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분석이다.

바레이즈은행 도쿄지점의 고지마 외환영업부장은 "엔.달러 환율은 앞으로
1백21엔-1백26엔 수준에서 움직일 것"이라며 "현재의 달러고-엔저는 양국의
경제기초여건의 차이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G7회의 내용이 달러고 기조를
반전시킬 가능성이 없다"고 분석했다.

야마타후지은행 외환조사역도 "달러화가 1백20엔아래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뒤 "1백21엔에서 1백23엔 수준에서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의 달러고는 미호황-일.유럽 경기둔화 구도를 반영하고 있는 만큼
일본이나 유럽의 경제가 완전히 회복되거나 미국 경기가 거꾸러지기
전까지는 달러강세 기조가 멈추지 않으리란 분석이다.

미국경제의 앞날은 여전히 쾌청하다.

미국의 경기상승 국면이 6년째를 맞고있지만 아직도 하강 조짐은 없다.

"인플레 없는 완만한 경제성장"이란 완벽에 가까운 경제구조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반면 일본이나 유럽의 경기는 좀처럼 회복의 빛을 보이지 않고 있다.

더욱이 내수위주의 경제성장 정책을 선언한 일본은 일대 구조조정을
진행중이어서 단기간내 경제가 상승국면으로 바뀌기는 힘든 상황이다.

통화통합이라는 대지각변동을 겪고 있는 유럽 역시 1-2년안에 고실업-저성장
의 딜레마에서 빠져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달러상위시대" 장기화를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이런 경제여건을 차치하고 이번 G7회담 내용만 봐도 그렇다.

사실 이번 합의에 "달러고에 반대한다"는 대목은 어디에도 없다.

"국제환시장 안정"을 강조한게 고작이다.

이와관련, 회의의 한 관계자는 "이번 회담을 루브르합의와 혼동하지 말아
달라"고까지 주문했다.

루브르 합의는 "달러를 현재 수준에서 안정시킨다"는 내용의 87년 G7회의.
합의 내용만 보면 이번 G7회의와 루브르회의는 상당히 닮은 꼴이다.

그러나 여기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당시 G7재무장관및 중앙은행총재들은 환율목표대를 달러당 1백40-1백60엔대
로 정하고 이 수준에서 환율을 안정시켰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는 루브르합의때 같은 환율목표대가 없다.

합의내용이 그만큼 느슨하다는 얘기다.

문제는 달러상승의 "속도"다.

지난달 같은 과속으로 달러가 오른다면 선진국들은 달러상승을 저지하기
위해 환시장에 협조개입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달러가 "서서히" 상승한다면 달러고자체는 문제삼지 않겠다는게
선진 금융당국자들의 자세다.

달러환율이 당분간 1백20엔대 전반에서 움직이다가 장기적으로는 상승국면
을 이어갈 것이란 전문가들의 분석도 여기에 근거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