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HL, UPS, TNT 등 세계 굴지의 항공특송서비스업체들이 아시아시장을 놓고
격돌하고 있다.

기존 시장수요는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아시아에서 마지막
돌파구를 찾고 있는 것이다.

UPS는 유럽 아시아 등 대륙간 서비스능력을 확충하기 위해 올해중 대만에
화물중심기지(Hub)건설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이 허브가 완공되는 올 연말쯤에는 UPS 전용화물항공기가 매일 한국 일본
싱가포르 태국 등 아시아 주요국을 커버하면서 "1일서비스체제"가 가능하게
된다.

이 지역에서 UPS보다 한발 앞선 패더럴익스프레스(FedEx)도 필리핀
수비크만에 이은 두번째 중심기지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페더럴은 중국으로의 항공화물기 운항횟수도 두배로 늘리는 한편
지상기지를 20개 도시로 확대할 예정이다.

패더럴은 또 이달초 대만 "장개석국제공항"과 화물처리시설이용계약을
맺고 이미 부분적으로 가동에 들어갔다.

이 두회사는 또 올 가을쯤 프랑스 파리와 독일 쾰른에 위치한 유럽 중심
기지를 아시아중심기지와 연결하는 업계 최초의 "세계일주" 정기화물항공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들 업체의 야심찬 아시아시장공략은 곧 출혈경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공급에 비해 수요가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미 화물컨설팅업체 "머지글로벌"사에 따르면 지난 90년대초만해도 이
지역의 특송화물량은 연평균 11.4%로 두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

그러나 오는 2000년까지 이 지역의 특송화물시장성장률이 8%대로 뚝
떨어질 전망이다.

이는 무엇보다도 아시아시장을 이끌어온 일본이 최근 경기침체속에서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 지역 제조산업이 낙후돼 있어 전자부품 의료장비 등 초정밀제품의
"정시도착"과 "안전배달"을 절실히 필요로 하지 않는 것도 시장성장을
가로막는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욱이 속달의 필수요건인 도로 통신 등 사회간접자본이 만족할 정도로
발달하지 못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육상교통을 이용해 24시간내 화물을 배달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무엇보다 이미 DHL TNT 등이 아시아시장에서 활발한 영업활동을 통해
자기영역을 확고히 구축하고 있어 이들 업체간 시장쟁탈전은 더욱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DHL의 경우 UPS나 패더럴과는 달리 대륙간 서비스에는 약점을 갖고
있지만 시장특화전략으로 아시아 "터줏대감"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머지글로벌사에 따르면 DHL은 아시아시장의 36%를 장악,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호주회사 TNT가 27%로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는 반면 페더럴(13%)과 UPS
(5%)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이처럼 불투명한 전망에도 불구하고 특송업체들이 아시아로 몰려드는 것은
이 시장의 성장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은 단기적으로는 이처럼 성장장애요인들이 산재해 있긴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아시아가 황금시장으로 변모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아시아경제의 급속한 국제화추세도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일본과 한국기업들이 임금이 싼 시장으로 공장시설을 이전하고 있어
본사와 현지공장간의 특송서비스수요가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함께 아시아지역의 중산층 확대로 외국산소비재수요가 증가하는 것도
이들 특송업체를 설레게 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전문가들은 이처럼 "장밋빛" 장기전망에 현혹돼 무리하게
시장공략을 서두르는 것은 업체간 출혈경쟁을 자초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김수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