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가 달러당 1백20엔대에 접어들면서 일본산업계의 경쟁력이 급격히
강화되고 있다.

지난 95년 한때 달러당 80엔선을 기록했던 엔화가치가 50%이상이나 하락한
엔저시대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반면 자동차 전자 철강등 주요업종에서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한국은
원화의 대엔화가치가 30%선이나 높아져 가뜩이나 품질 기술에서 뒤지는
처지에 가격경쟁력마저 상실하는 곤경에 빠졌다.

일본산업계의 경쟁력강화추세를 업종별로 살펴본다.


<<< 철강 >>>

달러당 1백엔에도 견딜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한 일본철강업체들은 "포항제철
은 이제 두렵지 않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고 있다.

품질면의 우위는 제쳐 두고라도 가격경쟁력에서도 유리한 수준에 올라섰다고
자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대표적 상품인 열연코일 제조코스트의 경우 달러당
1백10엔선에서 양국이 대등한 위치에 서게 되고 그 이하에서는 일본이
앞선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같은 점을 반영 NKK는 후쿠야마제철소에서 그동안 가동을 중단하고 있던
고로1기를 내년부터 재가동시키기로 결정했다.

일본철강업계가 고로가동수를 늘리는 것은 25년만에 처음있는 일이다.

일본에는 현재 가동을 중단하고 있는 고로가 14기에 달하기 때문에 가동을
재개하는 고로수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 조선 >>>

일본조선업계는 1백엔당 7백65원선에서 한일조선업의 가격경쟁력이 균형을
이루는 것으로 보고 있다.

1백엔당 7백20원에도 미치는 못하는 현수준에서는 일본쪽이 가격경쟁력면서
유리할 수 밖에 없다.

미쓰비시중공업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96.3~9월) 전체수주물량중 수출비율
이 36.8%로 전년동기보다 약 10%포인트나 높아졌고 가와사키중공업도 수주의
40%을 수출로 조달했다.

대형6사 모두가 96년도(97년3월기) 결산에서 엔저에 따른 해외시장확대에
힘입어 이익이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가와사키중공업은 지난9월의 중간결산에서 이미 51%의 대폭적인 수익증가를
기록했고 스미토모중기계공업은 중간결산으로서는 4년만에 흑자전환을 실현
했다.

일본조선공업회는 이같은 흐름을 배경으로 "조선수주량에서 올해는 한일
간격차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한국은 매년 인건비가 10%정도씩 상승하는데다 노사분규문제
까지 안고 있어 일본을 쉽게 따라잡지 못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 자동차 >>>

그동안 세계시장에서 한국업체들에게 상당부분 시장을 빼앗겨 왔으나
달러당 1백20엔에 진입한 엔저를 계기로 수출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업계는 그동안 달러당 1백10엔 이하라면 충분히 시장을 되찾을 수
있다고 자신해 왔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지난해 4.4분기의 경우 대미승용차수출이 전년동기
대비 20%나 증가했다.

일본자동차업계는 수출확대가 이처럼 활성화될 경우 미일자동차마찰이
재연될 우려가 있다는 분석까지 하고 있다.

일본자동차업계 11사는 이같은 순풍을 타고 올해 수출이 지난해보다 6.9%
늘어난 3백96만여대에 달해 12년만에 전년대비 증가하는 "반전"을 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혼다가 전년대비 23.9% 늘어난 46만대로 수출목표를 잡은 것을 비롯
11개사가 모두 전년이상의 수출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반도체 >>>

대한가격경쟁력을 크게 회복했다.

NEC등 주요메이커들은 "반도체가격하락에 따른 타격을 상당부분 만회할 수
있게 됐으며 세계시장점유율도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한국메이커들이 대부분의 제조장치를 일본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는데
따른 엔저메리트도 크기 때문에 한국의 가격우위가 완전 없어지지는 않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업체들이 16메가D램생산을 30%씩 줄이기로 한 것이 가격회복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고 당초 10%정도 줄이기로 했던 설비투자를 다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기 시작했다.


<<< 전자 >>>

지난해 3.4분기의 경우 PC의 대미시장수출액은 전년동기대비 9.8% 늘어났고
복사기의 경우도 10%의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수출이 호조를 보이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해외생산제품의 수입비율은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중 28%의 증가율을 기록했던 냉장고수입은 하반기부터 전년
수준을 밑돌고 있으며 컬러TV수입도 감소세를 계속하고 있다.

엔고로 생산거점을 동남아로 옮겼던 아이와(해외생산비율 88%)는 "역수입의
메리트가 없어졌다"는 이유로 미니콤포넌트의 국내생산비율을 10%에서 70%로
늘리고 국내시장을 지향하는 고급모델의 제조도 시작했다.

< 도쿄=이봉구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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