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일간 르피가로지는 27일 대우-톰슨건 이후 한국과 프랑스간에
"아직 전쟁까지는 아니나 심각한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면서 양국간의
주요 사업인 고속전철(TGV)이 "인질"로 잡혀 있다고 지적했다.

르피가로지는 특히 토목공사의 지연으로 TGV의 취항 일정이 연기되고 있는
것과 관련, 재계약 문제등이 부상하고 있는데 주목하면서 만약 프랑스가
이같은 문제를 앞서 대우-톰슨건 처럼 잘못 처리할 경우 차세대 전투기등
다른 분야에서의 프랑스 기업들의 진출과 극동지역에서 프랑스의 이미지에
손상을 안겨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르피가로지는 토목공사를 전적으로 맡은 한국의 전문가들이 필요한 능력을
갖추지 못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면서 한국 TGV의 취항은 당초 예정보다
4년이 아닌 8년 또는 그이상 늦춰질 것으로 보여 빨라야 오는 2010년경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신문은 반면 프랑스측은 당초 계약대로 올해말 첫 차량을 한국측에
인도할것인 만큼 이 차량을 보관하거나 성능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일정
속도로 운행시켜 할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지난 94년 계약당시 판매키로 한
기술이 오는 2008년이나 2010년이 되면 그 가치가 감소할 것이며 프랑스측이
육성중인 한국인 기술자들도 그때가면 은퇴시기에 접어들 것이기 때문에
결국 94년의 계약을 재협상하는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고 전했다.

르피가로는 대우-톰슨건을 둘러싼 한국측의 "오해"는 앞서 일련의 군수부문
판매협상에서 프랑스측을 골탕먹인데 대한 보복을 프랑스측이 취한 것으로
간주한데서 비롯되고 있다면서 대잠수함 초계기와 항공기 전자보호장치
계약건을 예로 들었다.

이 신문은 지난 91년 한국측이 대잠수함 초계기로 프랑스측의 브르게-
아틀랑티크기를 선정해 놓고서도 계약서명 직전 미국측으로 선회한 사실을
지적하면서 당시 한국측이 이처럼 태도를 바꾼 것은 미국의 항공기 제작사가
막대한 뇌물을 제의했기 때문인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은 이에따라 록히드사로부터 P-3C 오리온 8대를 도입했으나 록히드사가
생산을 중지키로 결정하는 바람에 미처 팔리지 못한 5대와 중고기종 3대등을
"새값"으로 사들였다고 덧붙였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