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급할땐 311을 누르세요"

미국 볼티모어시(메릴랜드주) 경찰당국은 지난해 10월 2일부터 전화번호
"311"을 가동하고 있다.

미국 전역에 널리 알려져 있는 "911"은 우리나라의 "119"처럼 생명이 위험
에 처해 있는등 긴급상황때의 구원을 위한 전화번호.

반면 "311"은 "지금 개가 길거리에서 사슴시체를 먹고 있다" "자동차
부품을 도둑맞았다"라는등 "좀도둑"같이 덜 긴급한 상황때 걸라고 새로
만든 번호다.

볼티모어 경찰당국이 "311"을 운영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긴급하지 않는 일로 "911"을 누르는 경우가 많아 진짜 급할때는 "통화중"
으로 아까운 생명을 잃을때가 많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경찰당국의 분석에 따르면 볼티모어 "911" 교환대에 걸려오는 전화는
하루평균 5천건.

그러나 이중 60%가 덜 긴급한 것들이다.

"311" 가동 3달째인 지난 12월 "911" 교환대에 걸려 오는 전화는 하루평균
2천8백96건으로 줄어든 반면 "311"은 1천3백76건으로 늘었다.

그만큼 "311"이 빨리 정착됨을 의미한다.

"311"은 볼티모어시의 독창적 아이디어는 아니다.

연방정부에서 추진하는 "2개년계획"의 하나다.

클린턴 대통령의 "덜 긴급할때 사용할 수 있는 간단하고 기억하기 쉬운
전화번호를 검토해 보라"는 지시로 시범운용되고 있는 것.

연방정부는 볼티모어에서의 성과가 좋으면 이를 전국적으로 확대할 게획
이다.

"311"은 따라서 빠르면 내년 하반기부터는 전국적인 번호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육동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