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돈부시 미 매사추세츠공대교수는 22일 일본경제신문에 기고한 글을 통해
한국경제가 일본과 유사한 구조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하고 경제회복
을 위해서는 원화의 10% 평가절하와 투명한 외환제도의 운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돈부시교수의 기고문을 간추린다.

( 편집자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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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는 최근 주가하락 경제성장둔화 대외수지적자확대 통화약세등 모든
것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

재벌들도 한때의 왕성했던 원기가 사라졌고 경제정책도 혼란한 상태다.

이같은 문제는 한국이 일본형의 심각한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에서는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훨씬 극단적인 형태로 정부가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발전의 초기단계에서 국가통제는 유익할지 모르지만 경제적 의사결정이
복잡화하면 통제에는 한계가 생긴다.

일본은 이같은 단계를 순탄히 이행하는데 실패했고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수십년에 걸쳐 금융을 통제해 왔지만 오늘날 금융시스템은 활력의
원천이 아니라 오히려 부담이 되고 있다.

재벌에의 집중도가 큰 점이 보여주듯 산업구조도 균형을 잃었다.

거대기업은 관료화하고 새로 사업을 일으키는 중소기업은 늘지 않고 있다.

경쟁력측면에서도 저임국가들의 도전과 일본의 협공에 둘러싸여 한국의
제조업은 어느 부문에서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다.

관료제도는 독일이나 일본처럼 모든 것이 정확히 기능하고 있으나 문제는
정부도 기업도 대단히 통제화돼 창조력이 억압되고 잇는 것이다.

따라서 인적자본은 우수한데도 리스크에의 도전 극적인 혁신등은 일어나지
않는다.

다만 현재 한국의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것은 개도국들과의 무역경쟁
엔저에 따른 일본산업의 경쟁력부활 세계경제의 성장둔화등이 타격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조문제라기 보다는 순환적인 요인이 크다.

이를 일본형의 불황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두가지 중요한
요소가 있다.

첫째는 통화가치를 절하하는 것으로 이는 대외적자의 축소에 기여할 것이다.

동시에 대외자금조달없이도 성장의 여지를 제공할 것이다.

통화가치의 저하는 신용파탄의 우려를 낳지만 한국이 멕시코같은 통화위기
를 맞을 것이라는 생각은 바보스런 것이다.

한국은 채무가 과대하지도 않고 막대한 실업자가 있는 것도 아니다.

통화가치가 대폭 하락하면 다음은 어떻게 될 것인가에 주목하게 되지만
예상가능하고 투명한 외환제도를 실시함으로써 불안을 해소할 수있다.

최선의 외환전략은 BBC(밴드 바스켓 클로링)방법을 채용하는 것이다.

밴드의 특징은 통화를 일정 범위에서 시장에 맞기는 것이다.

시장의 힘으로 중앙은행의 독주를 막을 수있다.

바스켓의 기본구상은 원화의 수준을 달러와 엔화만을 참고로 하지 않고
다국간의 통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이다.

클로링은 통화의 변경을 소폭적으로 연속시키는 것으로 성장을 자극하고
경상적자를 축소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따라서 한국은 즉각 원화를 10% 절하하는 한편 BBC방식으로 이행하는 외환
전략을 펴야 한다.

통화절하에 의한 국제경쟁력의 강화는 국내산업에 재편의 기회를 제공하고
성장률도 다소 높여준다.

대외적자증대의 리스크도 막는다.

투명한 외환제도에의 이행은 한국이 통화하락과 신용상실의 악순환에 빠질
생각은 없다는 믿음을 줄 것이다.

실질금리를 내리는 것도 중요하다.

연간 인플레율은 5%인데 단기금리는 14%로 실질금리가 높다.

경제에 활력이 있을 때는 고금리도 문제가 되지 않지만 경기가 부진할
때는 실질금리인하가 큰 역할을 한다.

[정리=이봉구 도쿄특파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