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리엔지니어링 운동의 창시자격인 마이클 해머.

하루 강연료만 5만달러(약 4천만원)가 넘는 그를 곤혹스럽게 만드는 질문이
있다.

"당신의 아이디어가 근로자들의 대량해고와 사기저하를 가져온 것 아니냐"
는 물음이다.

물론 그는 "노"라고 말한다.

자신이 말하는 "리엔지니어링"을 "다운사이징"과 착각하지 말라고 주문한다.

무조건적인 조직축소와 직원해고를 의미하는 "다운사이징"은 아니란 얘기다.

마이클 해머의 강조점은 요즘 분명히 바뀌고 있다.

지난 93년 출간된 "기업 리엔지니어링"과 최근 펴낸 "리엔지니어링을
넘어서"란 책을 비교하면 이는 명확해진다.

강조점의 방향은 "인간중심"이다.

해머는 "기업혁명의 선언문"이란 거창한 부제를 달고있는 "기업
리엔지니어링"에서 리엔지니어링을 "기존 위계질서를 깨뜨리고 마케팅
제조 판매 감독등의 업무를 효율적으로 연결, 쓸데없는 감독인원을 대폭
줄이는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대체하는 것"으로 설명했다.

이를위해선 조직과 인원을 대폭 줄이고 그 자리를 컴퓨터로 대체하는게
가장 쉬웠다.

해머가 원하지 않았더라도 당장의 실적이 급한 컨설턴트들로선 이 방식을
따를수밖에 없었고 그후 조직축소와 해고는 유행병처럼 번졌다.

그러나 "리엔지니어링을 넘어서"란 책의 중심에는 인간이 자리잡고 있다.

해머는 "대부분의 컨설턴트들이 "인간"을 잊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그런 비판을 받아들인다"고 고백하고 있다.

"리엔지니어링된 이후 무엇이 일어났는가"에 촛점을 맞추고 있는 이 책은
결국 관리자와 근로자들을 해고하는 대신 스스로를 리엔지니어링시킬수
있도록 동기부여하고 교육시켜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추세는 컨설팅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연간 50억달러가량으로 추산되는 리엔지니어링시장의 흐름이 "조직축소와
해고"대신 "인간중심과 기존조직의 활용"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리엔지니어링실적을 자랑하는 앤더슨컨설팅회사(시카코)의
핵심 컨설턴트인 조엘프리드만은 "리엔지니어링은 매우 가치있는 개념이지만
쉽게 생각할수는 없다"며 "앤더슨의 수익이 증가하는 것은 각각의 회사실정
을 고려한 인간중심의 리엔지니어링시스템을 개발했기 때문"으로 설명하고
있다.

14개월동안 "해고없는 성장" 사례들을 연구해온 알렌&해밀턴사(뉴욕)도
최근 "가치공학"이란 새로운 기법을 내놓았다.

"전통적 업무프로세스의 재구축보다는 기존 조직을 활용한 성장과 수익
증대에 포커스를 맞춘 것"(부즈알렌 부사장)이란 설명이다.

레비 스트라우스 컨설팅도 해고보다는 직원재교육에 치중한 리엔지니어링
결과 지난 2년동안의 1천4백만달러의 추가수입을 올릴수 있었다.

그러나 다운사이징만 강조했던 뉴저지의 제미니컨설팅은 최근 25명의
컨설턴트를 해고해야만 했다.

그동안 수입이 감소했던 CSC사도 리엔지니어링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모델을 개발중이다.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능력을 강조하는 기법이다.

"올드패션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글렌 맨구리안 수석부사장)는 판단
에서다.

기업들도 비슷한 생각이다.

최근 보스턴컨설팅사가 1천개 기업에 대해 "무엇이 가장 필요한가"를
조사한 결과 리엔지니어링은 <>건실한 재무구조 <>꾸준한 성장 <>시장점유율
확대 <>팀웍촉진등보다 훨씬 낮은 점수를 받았다.

2년전엔 이중 리엔지니어링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었다.

한때 해머와 함께 일했던 토마스 다벤포드 텍사스대학 교수는 "사람들은
이제 "직원들의 일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가 리엔지어링보다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며 리엔지어링 자체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 육동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