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에서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들이 대대적인 "투자 경쟁"에 돌입했다.

21세기 경영의 승패를 라틴대륙에서 결정짓겠다는 듯이 자금을 아끼지
않고 남미공장 설립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남미대륙에서도 구미와 일본의 자동차 대기업들이 중점적으로 투자계획을
펼치고 있는 국가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이다.

이 두나라에서 자동차 공장을 설립했거나 추진중인 세계 굴지의 자동차
회사만해도 10여개사나 된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활발하게 생산기지를 확보해온 회사는
독일의 폴크스바겐사이다.

작년 하반기중에 폴크스바겐은 브라질에 2개공장을 추가로 완공함으로써
브라질내 공장이 4개로 늘어났다.

아르헨티나에도 폴크스바겐 공장이 1개 있다.

또 이 회사 경영진은 남브라질에 5억달러이상을 투입해 아우디같은 고급차
생산공장까지 만들겠다고 최근 밝히는등 폴크스바겐이 남미투자의 선두주자
임을 분명히 했다.

투자규모에선 이탈리아의 피아트사가 폴크스바겐을 바짝 뒤쫓고 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 각각 자동차 생산기지를 확보하면서 지금까지
모두 10억달러를 투자했다.

최근엔 아르헨티나공장 확충을 위해 6억달러를 더 투자할 계획을 공표했다.

세계 최대의 자동차회사인 미국의 GM(제너럴모터스)을 비롯해 포드
크라이슬러등 이른바 빅3도 남미 투자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최근들어서는 프랑스의 르노와 푸조, 독일의 벤츠와 BMW, 일본의 혼다와
도요타등이 "늦깎이"격으로 남미행에 동참했다.

이에따라 브라질의 경우 외국인 직접투자에 힘입어 이탈리아를 제치고
세계에서 9번째로 자동차를 많이 생산하는 국가가 됐다.

이처럼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들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로 몰리는 것은
지구상에서 현재 남미 대륙만큼 자동차시장이 급팽창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지역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브라질의 경우 미국만한 땅덩어리에 1억6천만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 대국
이다.

이 나라의 자동차소유대수는 11명당 1대꼴인데 최근의 소득증가속도와
국민성향에 미뤄 볼때 자동차에 대한 소비욕구가 폭발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브라질 정부가 사회간접자본 확충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현재 13%에
불과한 도로포장률이 급속하게 높아지면서 자동차 수요를 한층 더 자극하고
있다.

지난 92년에 1천cc급이하 소형차에 대한 자동차세를 파격적으로 낮춘
브라질의 대중차정책도 수요를 촉진하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아르헨티나도 브라질과 비교해 인구가 4분의 1에 불과하지만 머지않아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시대를 맞이할 수 있는 성장 잠재력이 풍부한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95년도 기준으로 아르헨티나의 1인당 국민소득은 8천1백21달러다.

이 나라의 자동차생산대수는 지난 90년도에만 해도 9만대에 불과했으나
94년도 생산량은 47만대로 집계될 정도로 생산기반과 수요가 함께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젊은층의 자동차 열기는 거의 광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성장을 저해했던 정국 불안정도 요즘들어선
문제거리가 되지 않고 있어 선진국 업체의 투자를 부추기고 있다.

오히려 외국인 직접투자에 각종 혜택을 못줘서 야단이다.

그러나 자동차회사들의 공장이 우후죽순처럼 세워짐에 따라 반작용으로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자동차메이커들이 남미에서 엘도라도(아마존강변에 있다는
상상속의 황금산) 꿈을 이루기는 커녕 끔찍한 적자경영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지 진출업체들은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우루과이등으로 구성된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이 공급과잉분을 적절히 소화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메르코수르의 미래 자체가 아직은 불투명한 실정
이다.

중남미에 대규모 투자를 해놓은 자동차 대기업들이 과연 얼마나 투자과실을
거둘지는 미지수지만 2000년대 세계자동차 업계의 최대 상전이 라틴대륙에서
벌어질 것은 분명하다.

<양홍모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