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고 있는 산업은 무엇일까.

통신산업이라고 답하는데 주저하는 사람은 이제 거의없다.

통신산업은 "가장 빨리 성장하는"산업일뿐 아니라 이제 세계에서 "가장
큰" 산업이 되어 있다.

지난 94년을 기준으로 할때 통신시장규모는 1조4천3백억달러선으로
세계각국 GDP(국내총생산)의 6%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최근들어 통신산업 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곳은 아시아국가들이다.

아시아지역의 성장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세계 통신산업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한단계 레벨업 하고 있다.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아시아 통신시장의 핫이슈는 "시장개방".

세계각국은 미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국가들의 통신개방문제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왔다.

그러나 결론을 쉽게 내리지는 못했다.

지난해 5월 WTO(세계무역기구)회의에서 올 2월15일까지를 기한으로
통신분야의 개방을 이루자는 제안이 공식 제기됐으나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물론 한국등 빠른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아시아국가들은 통신독점구조의
철폐를 통한 시장개방을 서서히 그러나 강도높게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개방압력이 없더라도 통신산업의 개방과 시장자유화는 자국의
통신산업발전을 위해 어쩔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의욕적인 현대화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의 통신시장은
96~2000년에 1천억달러의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은 지난해 6월 이동통신 무선호출기 국제전화 및 공중팩스망등에의
신규참여를 허용했다.

통신시장이 완전개방되는 98년이 되면 많은 기업들이 통신시장에 뛰어들
것이다.

98년은 한국통신의 "1백년 독점"이 완전히 끝나는 해이기도 하다.

물론 미국측은 외국기업들에도 완전한 개방을 요구하고 있지만.

홍콩도 독점구조철폐를 통한 통신시장개방이 한창이다.

73년동안 통신시장을 독점했던 홍콩텔레콤은 지난해 7월 정부가
신세계개발등 3대 재벌에 국내 통신망의 구축을 허용하면서 독점체제가
무너졌다.

홍콩텔레콤은 그러나 오는 2006년까지 국제전화분야에는 독점적인
영업권을 갖는다.

이 분야는 지난해 매출(38억달러)의 56%를 차지하는 규모다.

국내시장의 상당부문을 잃게된 홍콩텔레콤은 앞으로 해외부문에 치중하는
한편 홍콩 태국 베트남을 잇는 해저케이블 건설등으로 사업다각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해 순 수익이 10억달러를 넘어서 아시아의 가장 성공한 기업중 하나로
꼽히는 싱가포르국영텔레콤도 곧 독점체제의 막을 내리게 된다.

싱가포르정부가 내년 중반까지 2개의 국내및 국제통신서비스를 다른
업체들에 개방, 2000년부터 영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싱가포르텔레콤이 개방때문에 흔들리지않도록 11억달러의 보상을
해주기로 결정함에 따라 이 회사는 해외벤처기업과 사회간접자본등 새로운
서비스에 재투자할 계획이다.

인도도 마찬가지다.

인도의 거대 통신산업은 인도정부가 2년전부터 추진하는 국가민영화작업의
핵심사항이었다.

인도정부는 국가의 주요 전화망을 지멘스, 알카텔, AT&T, 후지쓰, NEC 등
국내외 다국적기업들과 2백60억달러규모의 매각계약을 맺었다.

물론 최근 전임 통신장관의 뇌물수수사건과 관련, 야당측에서 계약파기를
요구하고 있어 앞으로 지지부진해질 가능성도 있다.

인도네시아는 2000년까지 1천만회선, 2005년까지 2천만회선을 목표로
하는 통신발전계획을 갖고 있다.

지난 89년 규제완화차원에서 시작된 이 계획은 인도네시아를 5개권역으로
나눠 각 권역별로 민간 컨소시엄을 설립해 통신망을 구축한다는 것.

물론 국영 PT텔레콤은 자카르타와 동자바의 독점통신망을 계속 갖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육동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