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대표하는 항공기제작사인 보잉과 맥도널더글러스(MD)가 전격적으로
합병, 세계항공산업에 일대 지각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보잉과 MD의 합병은 민간항공기시장을 둘러싸고 합병으로 단일화된 "미국
세력"과 컨소시엄 형식으로 한 몸처럼 움직여온 "유럽연합세력"간에 치열한
2파전이 벌어지게 됐다.

미국의 보잉과 MD, 유럽의 에어버스등 "빅3"간의 혼전양상이 미국과 유럽
세력간의 맞대결로 압축됐다는 뜻이다.

이번 합병으로 탄생할 새 회사인 "보잉(합병후 회사명)"은 종업원 20만명에
연매출 4백80억달러규모의 거대 항공기제작및 군수산업체가 된다.

이로써 세계 2위인 에어버스를 큰 차이로 따돌리고 명실상부한 세계항공기
제작의 "강자"로 부상한 셈이다.

회장은 보잉의 필립 콘디트회장이, 사장은 MD의 해리 스톤사이퍼회장이
각각 맡기로 했다.

오래전 간헐적으로 진행돼온 양사간 합병협상은 지난달 미국방부가 차세대
전투기 제조업체를 선정하면서 결정적인 국면을 맞았다.

보잉과 록히드마틴이 최종 후보로 선정되면서 MD가 탈락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방산수요의 급격한 감소등으로 어려움을 겪던 MD사는 1조
달러에 달하는 사업에서 탈락함으로써 경영상의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이번 합병은 MD가 차세대 전투기사업에서 탈락돼 "홀로서기"의
가능성을 타진하기보다 결국 리스크분산를 위해 보잉과 한몸되기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이번 합병을 두고 MD가 "백기"를 들었고 보잉이 MD를 사실상 접수
(인수)하는 모양새라고 평가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보잉입장에서도 이번 합병은 방위산업 분야에 전문기술을 갖춘 MD사를
끌어들여 차세대전투기 수주전에서 록히드마틴을 선제공격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즉 MD가 자랑하는 우주항공및 방산기술을 활용, 군수와 민간부문을 막론
하고 명실상부한 세계 1위를 공고히 한다는 것이다.

또한 양사의 합병은 급속하게 확장되고 있는 민간 항공여객기 시장을
놓고 유럽의 에어버스와 치열한 경합을 벌일 것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여겨지고 있다.

보잉과 에어버스가 개발경쟁을 벌이고 있는 차세대초대형 여객기 "슈퍼
점보" 시장에서 보잉이 발빠르게 나설수 있다는 점에서 보잉이 이번 합병
으로 다소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열세에 놓였던 에어버스는 올초 보잉에 앞서 슈퍼
점보기개발에 나선다고 보잉에 선전포고를 던졌다.

연간 30%씩 늘어나는 세계항공수요를 감안할 때 초대형항공기를 먼저 개발
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보잉과 MD의 합병에 따라 에어버스의 소망은 "거대공룡" 앞에 한낱
꿈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는게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더욱이 보잉은 얼마전 아메리칸 항공과 모두 66억달러의 민항기 1백3대를
주문받아 놓은 상태다.

현재 세계항공시기장의 점유율은 보잉이 60%로 압도적이며 유럽업체들의
컨소시엄인 에어버스가 34%,MD가 10%로 그뒤를 잇고 있다.

한편 보잉과 MD의 합병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반트러스트법 저촉을 들어 미연방정부가 합병에 브레이크를 걸수 있다는
점에서다.

양사 관계자들은 그러나 "3년간의 논의 끝에 합병계약이 이뤄졌고 새 합병
회사는 미국의 최대 수출업체가 될 것"이라며 연방정부의 승인에는 문제가
없음을 시사했다.

올초에 중형 항공기 전문업체인 네덜란드 포커사가 파산했다.

또 다임러벤츠그룹 계열의 항공기제작사인 다사사가 적자경영의 돌파구를
열기 위해 협력선을 찾고 있다.

이처럼 민간항공기제작 업계에서 "생존"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냉전이후 군수산업이 위축되면서 민간항공기 부문의 수주경쟁도
한층 더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보잉과 MD의 합병은 그래서 필연적인 "생존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 장진모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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