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기간 이어질듯 했던 "달러하락-엔상승" 기조가 예상밖으로 짧게
끝났다.

달러화가 1백10엔대까지 떨어지리라던 시장의 예측도 빗나간채 달러화는
한달여만에 1백14엔대를 거뜬히 회복하는 탄력을 보였다.

지난해 4월이후 상승행진을 이어가던 달러가 처음 하락세로 돌아선건
지난달 7일.

사카키바라 일본 대장성국제금융국장의 "엔화 하락세는 이제 끝났다"는
발언으로 달러화가 하룻만에 2달러 이상 폭락했다.

그이후 달러화는 1백11-1백12엔사이를 맴도는 약세로 빠져들었다.

금새라도 1백10엔대까지내려갈 기세였다.

그러나 지난달 27일 달러화는 돌연 방향을 바꿔 1백13엔대로 올라섰다.

일본중앙은행의 단기경제전망에 일본경기회복이 기대이하로 나타난
탓이었다.

그후 사흘(거래일 기준)만인 2일 뉴욕시장에서 달러화는 1백15엔대까지
근접하는 급등세를 보이면서 한달동안의 짧은 달러저 세월의 종지부를
찍었다.

이날 달러상승은 "달러를 약세로 묶어두기에는 너무나 좋은 미국경제"
때문이었다.

미국 제조업경기를 보여주는 11월 전미구매자협회(NAPM)지수는 52.7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의 예상치나 전월실적(50.2)을 뛰어넘는 수치다.

이 지수가 50을 넘으면 제조업이 확장국면에 있다는 뜻이다.

건설경기도 활황이다.

10월 건설소비는 1.8% 뛰었다.

7개월만에 최고증가율이다.

액수기준으로도 사상최고액(월별기준)인 5천8백12억달러를 기록했다.

이 두가지 경기지표가 발표되자 시장에서는 달러매입주문이 쏟아지면서
일시에 달러가 0.84엔 급등했다.

그렇다면 달러하락-엔상승기조가 여기서 완전히 막을 내린 걸까.

그렇지 않다.

달러상승곡선은 조만간 다시 꺽일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첫째 원인은 역시 "경제"다.

"워낙 좋은 미국경제" 덕에 올라갔던 달러화 가치가 "일본의 경제회복"을
고비로 하향곡선으로 돌아설 것이란 얘기다.

"내년 2월께면 일본 경제회복은 가시화될 것"(방크 파리바 수석
이코노미스트 브라이언 파브리)으로 많은 전문가들은 점치고 있다.

내년을 "엔화상승(달러하락)의 해"로 보는 분석도 여기에 근거한 것이다.

경제가 회복되면 일본의 기형적인 초저금리(재할인율 0.5%)시대도 마감될
수 밖에 없다.

금리가 오르면 엔화도 같이 상승하게 마련이다.

미국의 무역적자확대 추세도 달러를 끌어내리는 또하나의 요인이다.

지난 9월 미무역적자는 1백13억4천만달러.

전월대비 10% 늘어난 수치다.

10,11월에는 통상 무역적자가 심화된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있어 수입이급증하기 때문이다.

오는 19일 발표될 10월 미무역적자도 늘어날게 뻔하다.

사카키바라 국장의 엔저정책포기 시사발언 이후 가뜩이나 예민해 있는
시장관계자들에게 미무역적자 확대소식은 엄청난 파장을 가져올 것이다.

"달러화가무역적자 발표일 하룻동안 1엔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뱅크브뤼셀램버트의 앤드류 홋지 부사장)는 예측도 무리가 아니다.

이렇게 되면 클린턴 행정부도 별수 없이 강한달러 정책을 포기해야할
처지에 놓인다.

노조와 제조업체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리려면 미제품이 수출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달러가치를 약간 떨어뜨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강한달러 정책을 포기한다"는 식의 공식적인 발표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외환정책이 미묘한 사안인 만큼 은밀히 강한달러 원칙을 변경할 가능성이
높다.

사카키바라 국장의 발언이후 로버트 루빈 미재무장관이 직접 나서 "강한
달러 정책을 아직도 유효하다"고 외쳐댔지만 시장에서 시큰둥했다.

루빈장관의 말을 믿을 수 없다는 태도였다.

겉으로야 어찌됐든 속내는 강한 달러정책을 중단할 사정으로 꽉 차있다는게
투자자들의 판단이었다.

조금이라도 달러고자세를 누그러뜨리는 신호가 나올 경우 달러는 급락할
상황이다.

미.일 양국 경제에는 달러하락-엔상승요인이 무르익었다.

이날 달러회복은 이런 기조에서 잠깐 "쉬는 시간"일 뿐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 노혜령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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