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박영배특파원 ]

미 주가가 6천5백을 돌파했다.

25일 뉴욕시장에서는 다우공업평균지수가 전날보다 76.03포인트(1.16%)
오른 6천5백47.79에 거래를 마감,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다우지수가 6천선을 돌파한지 단 26일만에(거래일 기준) 다시 6천5백벽을
뚫는 아찔한 초고속상승을 연출한 것이다.

이렇게 되자 미증시가 대형사고의 위험을 안은채 과속질주하고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최근 다우지수의 행보를 보면 현재 상승속도가 어느정도 인지 쉽게 알수
있다.

지난 5일 미대선이후 수직상승행진에 돌입하더니 14일 6천3백고지를 넘었다.

그이후 4일만에 6천4백 돌파.

다시 3일만에 6천5백고지 점령.

단 1주일만에 2백포인트를 거뜬히 들어올린 셈이다.

다우지수는 지난 5일 대선이후 지금까지 3주만에 무려 5백26포인트나
뛰었다.

이런 과속질주에 미중앙은행격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드디어
"옐로카드"를 내놨다.

FRB는 이날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 1면 컬럼을
통해 현재의 주가급등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FRB 관계자는 "주가의 소폭 하락을 환영한다"고까지
밝혔다.

그러나 뉴욕 투자자들은 이런 FRB의 경고를 완전히 무시했다.

관계자 말한마디에도 투자분위기가 돌변할 정도인 FRB의 파워에 비춰보면
이례적인 일이다.

전문가들은 미증시의 체력이 어느정도 막강한지를 보여주는 증거로 바로
이 점을 든다.

"경제기반이 워낙 탄탄하다보니 FRB의 이정도 발언도 주가를 움직이지
못하는 것"(어브레이랜스톤사 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 존스)이란 얘기다.

인플레이션 없는 안정적 경제성장과 미 기업들의 낙관적인 수익전망이란
양대 증시호재가 주가를 든든히 받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2년안에 미주가 1만시대 개막"이라는 핑크빛 시나리오까지 나왔다.

미주가는 지난 2년동안 2천2백50포인트 뛰었다.

비율로는 58%다.

앞으로 2년간 같은폭만큼만 주가가 뛴다고 해도 다우지수는 3천5백포인트를
보태게 된다.

98년 11월께는 9천5백고지에 오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현재의 급등세를 고려하면 지금부터 2년안에 1만고지 점령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나 이런 산술적 계산만 믿고 마냥 핑크빛 무드를 잡기에는 석연찮은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미기업들의 수익력을 고려할때 주가는 "상한선"에 다다랐다.

현재 뉴욕시장의 주가수익배율(PER)은 약 17~19배.

버블장세로 들어간다는 20배를 코앞에 두고 있다.

"6천5백은 상한선"(오팬하이머사 분석가마이클 멧츠)이란 분석도 여기에
근거하고 있다.

주가수준의 척도중 하나인 주가순자산배율(PBR)수치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PBR은 순자산에 대한 주가의 배율.

기업이 실제 손에 쥐고 있는 재산에 비해 주가가 어느정도 평가돼 있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다.

다우지수와 함께 미증시의 대표적인 주가지수인 S&P500지수에 포함된
기업들의 평균 PBR은 무려 4.2배.

미증시사상 최악의 붕괴사태로 기록된 지난 87년10월 "블랙먼데이" 직전의
수치인 1.8배보다도 2배이상 웃돌고 있다.

물론 PBR이 높아졌다고 주가가 붕괴한다는 뜻은 아니다(스미스바니의
제이미 다이몬회장).

경제에서 서비스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서비스업체의 순자산규모는 비교적 적다.

따라서 선진국일수록 PBR은 높게 마련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현재의 PBR을 미증시가 상한선에 왔다는 조짐으로
보기에는 충분하다.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도 있다"는 평범한 진리만 생각해봐도 그렇다.

"더 이상의 급등은 버블장세로 이어진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설득력을
얻는 것도 이래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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