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뤼셀=김영규특파원 ]

스미토모파문이 채 가시지 않은 국제구리시장이 네덜란드에 대량의 구리가
은닉돼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가격이 급락하는 등 다시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14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선물가격은 전날보다 t당 39달러 떨어진
2천18달러에 거래됐다.

구리값은 스미토모상사의 부정거래사건이 발표된 지난6월 폭락한 이후
바닥세에 머물다가 이달들어 회복세를 보이면서 지난 13일 장중한때 2개월
반만에 최고치인 2천83달러로 치솟았었다.

이날 급락세는 파이내녈타임스가 런던소재 세계금속통계국(WBMS)의 조사를
인용, 50여만t의 구리가 로테르담에 은닉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한후
금속시장에 투매양상이 빚어짐으로써 초래됐다.

50만t의 구리재고는 세계수요의 4%선이자 LME시장 비축량의 4배 수준으로
"가격조작"에 충분한 분량이다.

WBMS는 지난 91년부터 95년까지 5년간 로테르담항구를 드나든 물동량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말 구리재고가 58만8천t에 이르렀으며 대부분이 현지
재고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파이낸셜타이스는 이 비축량이 부정거래의 주범인 스미토모상사의
하마나카 야스오부장이 매입해 숨겨 놓은 것이라는 소문과 러시아에서
도난당한 물건이라는 설도 있다고 전했다.

거래자들은 이같은 소식이 대량의 구리가 중국에 저장돼 있다는 앞서 나온
소문과 함께 구리값약세를 지속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