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도 변한다는 10년.

경제학에서 10년은 새로운 프론티어탄생을 의미한다.

현대의 경제구조가 그만큼 빠르게 변하고 있는 셈이다.

40년대 케인즈의 일반이론->50년대 일반균형이론->60년대 경제성장이론->
70년대 합리적기대이론->80년대 주식가격이론.

이처럼 경제학은 10년을 주기로 다이나믹하게 발전해 왔다.

21세기를 앞둔 지금은 "복합계"(complex system)연구가 한창이다.

학자들은 각 분야에서 새 이론의 적용가능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기존 학설을 뒤집는 "조용한 혁명"이 진행되는 것이다.

생태계의 진화이론부터 하이테크산업의 경영시스템이라는 광범위한 영역
에서.

"복합계"란 시각으로 볼때 종전의 가설들은 어떻게 재정리될까.

그중 일부를 들여다 본다.


<>기대효용이론=이익이 작은 것보다는 큰 것을, 불확실한 것보다는 확실한
것을 선호한다.

흔히 일컬어지고 있는 "기대효용이론"의 골자다.

그러나 생활주변에서는 이에 반하는 행동이 많다.

"확실한 제주도여행"과 "50% 확률의 유럽여행" 사이의 선택.

이 경우 대부분은 "확실한 제주도여행"을 선택한다는게 정설이다.

그러나 "25% 확율의 제주도여행"과 "12% 확률의 유럽여행"의 선택은 좀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확률이 낮은 유럽여행을 선택하는 사람이 더 많을수도 있는게 현실이다.

100% 확실하지 않을 경우에는 다소간의 "위험"을 안고라도 확실성이 낮은
쪽으로 선택하는 경향도 크다는 지적이다.

기대효용가설에 대한 반례는 이외도 많다.


<>보완성=싸고 좋은 물건이 잘 팔린다.

일반적인 생각을 토대로 한 경제이론이다.

시장에서의 모습은 그러나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이른바 "유행"처럼 값과 질에 관계없이 많은 다른 사람들의 선택이 구매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이를 보완성이라고 한다.

베타방식의 VTR(비디오테이프레코더)이 VHS방식보다 기술력이 뛰어남에도
시장에서 사라진 것은 이를 잘 설명해 준다.

기업의 고용제도도 마찬가지다.

일본에서는 종신고용 연공서열등을 채택하는 기업들이 많다.

따라서 다른 기업들도 별 고민없이 이런 제도를 채택한다.

"관행"이 시대에 맞지않고 비효율적이라도 많은 사람들이 따르고 있으면
독불장군처럼 역행하기는 힘들다.


<>커뮤니케이션=A라는 인물이 폭격기의 조종석에, B라는 인물이 뒷자석에
있다고 가정하자.

A는 "정면에서 적의 미사일이 온다. 더이상 피할수 없다"는 것을 감지
하지만 뒤에 있는 B는 이를 모른다.

이때 A는 탈출버튼을 누른다.

B는 A가 낙하산을 타고 내려가는 것을 보고 자신도 위험을 느껴 즉시
탈출을 꾀한다.

이때 B에 전달된 것(커뮤니케이션)은 "A의 말"이 아닌 "A의 행동"이다.

기존 경제학에서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는 "신념"이나 "추리"등
눈에 보이지 않는 신호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셈이다.


<>구조설계론=주변의 무수한 정보중에는 유용한 "진실"된 정보는 물론
허위 정보들도 많다.

허위정보들을 가려내고 올바른 게임을 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거짓말을 해도 사기당하지않는 구조를 찾는 방법을 구조설계론이라고 한다.

구조설계론이 가장 발달해 있는 미국에서는 기존의 게임법칙과 다른 방식이
실제 적용되고 있다.

대상은 가장 전략적인 사고가 필요한 경매시장.

새로운 방식의 경매이론은 다음과 같다.

"우선 입찰자 전원이 가격을 적은 종이를 제출한다. 낙찰자는 가장 높은
가격을 적어낸 사람. 그러나 낙찰가격은 2번째로 높은 가격으로 정한다.
물론 입찰은 1번뿐이다..."

발상의 대전환을 통해 최적의 게임원리를 찾아내는 시도인 것이다.

<김지희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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