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미선거에서 민주당의 빌 클린턴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하고 공화당은
의회의 지배권을 계속 장악하게 됨에 따라 향후 미행정부와 의회는 그간의
대립관계를 유지하게 됐다.

특히 클린턴 대통령은 비록 재선에 성공했지만 지난 94년 중간선거 이후의
"여소야대" 의회 구도를 깨는데 실패함으로써 향후 정국운영에서 상당한
부담을 안게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은 우여곡절 끝에 1백명 정원의 상원과 4백35명
정원의 하원에서 각각 과반수를 확보하는데 성공, 의회내 다수당의 지위를
계속 확보하게 됐다.

공화당이 이처럼 미 상.하 양원을 4년에 걸쳐 계속 장악하게 된 것은 지난
30년이후 무려 66년만에 처음있는 일이다.

이처럼 대통령선거에서의 일방적 열세에도 불구,공화당이 의회의 주도권을
계속 잡을수 있었던 것은 "행정부와 의회가 서로 견제하면서 국정을 운영해
나가라"는 미국민들의 뜻이 담긴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의회선거에서 공화당이 거둔 승리는 그동안 공화당이 "클린턴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이를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의회 만큼은 공화당을 밀어 달라"고
"3권 분립" 정신에 호소한 것이 주효했다.

국민들로 부터 권한을 위임받았음을 내세우면서 클린턴 행정부의 독단과
전횡을 막는데 더욱 전념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또 클린턴 행정부의 입장에서 본다면 공화당의 협조 없이는 국내법안이나
대외조약 하나도 제대로 통과시킬 수 없는 고통스런 "야대 의회"의 부담을
2년간 더 떠안을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이같은 관점에서 본다면 클린턴 대통령은 구조적으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기가 어려운 "약체 행정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공화당의 "신보수군단"을 이끌고 있는 뉴트 깅리치 하원의장의
영향력은 더욱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

깅리치 하원의장은 지난 94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중진들을 추풍낙엽처럼
떨어뜨리면서 공화당 초선의원을 무려 70명이나 당선시킨 "신보수혁명"의
지도자로서 이번 승리를 계기로 그의 입김은 한층 강화될 것이 확실하다.

깅리치 의장은 지난 2년간의 의회 운영과 관련, "다소 과격하다"는 이미지
를 심어주면서 정치적 장래가 의심받기도 했으나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들을 집중 지원하면서 승리를 이끌어내는데 성공, 의회내 "대부"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다졌다.

이렇게 볼 때 향후 클린턴 행정부와 미의회는 주요 국정현안을 놓고 반목과
대립을 되풀이 하면서 대화를 통해 타협을 모색하는 지루한 줄다리기를
벌여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작년말 의료보장 예산삭감에 관한 논쟁에서 비롯된 미연방
정부의 업무중단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또 의회를 통과한 예산안이나 법안에 대해 클린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깅리치 의장도 지난 2년간 의회를 지휘하는 과정에서 많은 실수를
저지르고 이로 인해 여론의 따가운 비판을 받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향후
클린턴 행정부와의 전면 대결이나 파국은 가급적 피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최근 미정가의 기류는 공화당은 "보수", 민주당은 "진보"라는 과거의
이념적 구분의 영역이 모호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행정부와 의회간의
소모적인 힘겨루기도 예전 보다 많이 줄어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이번 선거 결과로 클린턴 행정부는 분명히 대의회
관계에서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될 것"이라면서 "향후 국내외 정책 추진에서
행정부와 의회가 권한을 적절히 나눠 가지면서 타협의 묘를 살리는 정국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