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대통령선거 유세기간중 외교문제는 뒷전으로 밀려 있었으나 5일 대선
투표가 끝나면 보스니아 파견 미군철수문제등 굵직굵직한 국제현안이
"뜨거운 감자"로 부각될 전망이다.

세계 각국 정부는 지난 수개월 동안 보스니아사태에서 세계무역, 그리고
빌 클린턴 대통령과 봅 돌 공화당 후보간의 선거전 보다 더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는 유엔지도부 개선에 이르는 중요 사안에 대한 조치를 연기해 왔다.

미대선에서 누가 이기든 선거 뒤에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일련의 결정이
뒤따를 것이며 이중 가장 시급한 것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주도하의
평화유지이행군의 일원으로 보스니아에 주둔중인 미군의 철수여부에 관한
결정이다.

보스니아 평화유지군은 1만5천8백명의 미군을 포함한 6만명의 나토군으로
편성되어 있으며 금년 12월 철수할 예정으로 활동하고 있다.

보스니아에 대한 군사개입을 놓고 공화당의 강력한 반대에 직면한 클린턴
대통령은 미군을 12월 철수시킬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폭력사태 발생 가능성이 여전히 높기 때문에 대부분의 나토 회원국
정부들은 다음달 19일로 만료되는 평화유지군 활동계획 이후에도 어떤
형태로든 서방병력이 남아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나토가 병력을 주둔시키기로 결정할 경우 미국의 유럽동맹국들은 미국도
그 부담을 나눠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 분명하다.

프랑스는 미군이 12월 이후 평화유지군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7천5백명의
병력을 철수시키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또한 많은 나라들은 대쿠바 무역정책에 관한 미국과의 이견을 해소하길
몹시 바라고 있다.

가장 큰 쟁점은 외국기업들이 지난 59년 공산혁명 이후 미국인으로부터
몰수한 쿠바내 자산에 투자할 경우 미법원에 제소할 수 있도록 허용한
"헬름스-버튼법"이다.

미국의 유럽동맹국과 캐나다, 중남미 국가들은 말썽많은 이 법이 자국의
주권을 침해하고 클린턴행정부가 신봉해온 자유무역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클린턴대통령은 플로리다주와 뉴저지주의 영향력이 막강한 쿠바계 미국인을
자극시키지 않기 위해 법안에 서명했으나 국제적 반대를 의식, 대선 이후인
내년 1월 중순까지 가장 문제가 된 제소조항의 이행을 보류시켰다.

주요 외국정부들은 클린턴이 승리한다면 그가 이 법을 개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여의치 않을 경우, 유럽연합(EU)은 미대선 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 이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다.

또하나 큰 현안은 유엔사무총장 부트로스 부트로스-갈리의 향후 거취다.

미국은 유엔개혁의 부진등을 이유로 안전보장이사회가 부트로스-갈리를
재선시킬 경우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위협해 왔다.

많은 유엔주재 외교관들은 클린턴 행정부가 부트로스-갈리총장에 대한
반대입장을 밝힌 것은 부트로스-갈리 총장을 비난해온 돌 후보가 유엔문제를
선거쟁점화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매들린 올브라이트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다음달 31일로 임기만료
되는 부트로스-갈리총장에 대한 반대를 조직화하는데 실패했다.

프랑스, 러시아, 중국 그리고 아프리카국가들이 부트로스-갈리총장을
지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15개 안보리 이사국은 클린턴이 승리할 경우 그가 마음을 바꿀 수도 있다는
희망 아래 미선거전에 유엔사무총장 개선문제를 논의하자는 올브라이트의
요청을 거부했다.

안보리는 선거후 3일뒤인 8일 부트로스-갈리 총장에 관한 논의를 시작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