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시카고 교외의 오크브루크에 있는 한 완구가게앞.

100여명의 어머니와 어린이들이 가게가 문을 열기 몇시간전인 이른 아침
부터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이날은 비니베이비 장난감이 도착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이 열리고 어렵게 가게에 들어선 고객들은 다시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장난감 구매한도가 가족당 5달러짜리 동물인형 기준으로 한다스에 불과했기
때문.

네이퍼빌의 한 완구가게도 사정은 마찬가지.

이곳은 비니베이비를 서로 사려는 사람들간에 분쟁이 잦자 비니베이비
신제품이 도착하는 날이면 아예 가게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평화유지요원
세명을 신규로 고용할 정도다.

비니베이비 장난감은 이처럼 미국에서 폭발적 인기를 누리는 상품이다.

그 비결은 여러가지다.

비니베이비를 만드는 티사가 구사하는 중요한 판매전략 하나는 진열대를
비워 희소가치를 창출해내는 전략.

이리저리 훑어보고 물건이 많지 않으면 고객들이 그냥 지나쳐 버리기
쉬운게 장난감 장사지만 장난감을 직접 디자인하는 티 워너사장은 생각이
다르다.

물건이 적어 사기 힘들수록 많은 사람들이 사려고 덤비게 되고 유행도
오래간다는 것이 그의 지론.

그래서 그는 장난감 라이선스판매나 광고, 월마트와 같은 대형할인매장에
대한 판매는 일절 금한다.

티사가 현금거래를 하는 수천여 선물가게에만 직판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도 성공에 한 몫을 하고 있다.

"만약 월마트와 거래를 한다면 아마 물건을 팔고 나서 한달이 돼도 대금을
받기 힘들 것"이란게 워너의 주장이다.

티사는 또 단골고객확보를 위해 낡은 캐릭터의 완구들은 과감히 갈아치우고
수시로 새롭고 다양한 상품들을 갖다 놓는다.

새 상품에는 항상 그럴듯한 이름들이 따라다니는 것도 고객을 붙잡는 한
비결이다.

그러나 티사는 비니베이비가 날개돋친듯 팔려나간후 모조품이 판을 치면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현재 월마트에서 팔고 있는 애완동물 장난감중에도 티사 제품과 흡사하게
만든 임페리얼토이사 제품이 있을 정도다.

이 때문에 워너사장의 사무실에는 이들 야비한 회사와 법정에서 다툰
소송서류들이 수두룩하다.

이같은 질곡을 지나 비니베이비는 현재 고급장난감 시장의 선두대열에
올라있다.

그러나 관련업계에서는 이번 크리스마스대목을 고비로 비니베이비의 영화도
종말을 고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이에 대해 워너사장은 이렇게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우리가 물건을 만들어 낼때마다 사람들은 공급능력의 두배를 요구하고
있다.

어린이들이 제품을 서로 사려고 다투고 소매업자들이 물건을 많이 확보하지
못해 불평을 털어놓는 사태가 지속되는 한 불황걱정은 기우일 뿐이다"

< 이창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