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최저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미국의 실업률이 여러 선진국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미국 실업률은 지난달에는 5.2%로 다소 높아지긴 했지만 한달전인 8월에는
5.1%로 지난 89년3월이후 7년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때문에 경기과열이 우려되면서 이를 막기위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FRB)의 금리인상가능성이 강력하게 제기될 정도다.

그러나 이같은 미국의 저실업률과는 달리 유럽과 아시아지역 대부분의
국가들은 불황과 이에따른 대량감원등의 여파로 실업자가 계속 늘어나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지난 6월 실업률은 3.6%로 21년만에 최고수준으로
치솟았다.

이같은 수치는 거품이 붕괴된 지난 92년의 두배수준이다.

사정은 유럽대륙도 마찬가지.

독일의 경우 지난 3월 11.1%로 전후최고치를 나타냈다.

프랑스도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지난 6월 실업률이 12.5%를 기록했다.

이탈리아 스웨덴등도 상반기중 7~12%의 실업률로 사상최고치에 근접한
수준을 보였으며 영국 캐나다 호주등도 몇달전부터 하강세를 보이고는
있으나 여전히 8~9%의 높은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국영기업 경영악화로 심각한 국면을 맞은 중국도 최근 정부
목표치인 3%를 크게 넘어서 14%까지 치솟았다.

이처럼 미국과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간에 실업율이 뚜렷하게 대조를 보이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경제학자들은 그중 "관습의 차이"를 첫째로 꼽고 있다.

즉 미국을 제외한 국가들은 이동성이 적고 조상들이 대대로 살아온 고향에
대한 애착심이 강해 인력수급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토마스 캐로더스수석연구원은 남부의 선벨트지대
(신흥산업증심지)를 향한 미국인들의 대대적 이동에 버금갈만한 것이라곤
지구상에 아무데도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반면 유럽에서는 국경을 넘어선 인력이동을 쉽게 찾아볼수 없다고
말한다.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인스티튜션의 랄프 브라이언트수석연구원도
"유럽인들은 심지어 마르세이유-파리간이나 뮌헨-함부르크사이도 쉽게
이동하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중엔 실업률 격차발생의 또 다른 요인으로 미국의 첨단산업의
발달을 드는 사람도 있다.

캐로더스연구원은 미국이 컴퓨터및 관련산업이 발달했기 때문에 고도로
훈련된 엔지니어와 판매원들이 많이 필요하지만 다른 나라들은 발달정도가
미국만 못하다고 주장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경제전망보고서에 따르면 특히 유럽의 경우
미국에 비해 경제규제가 많아 지난 25년동안 실업률이 줄곧 상승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밖에 유럽과 일본 한국 대만등은 높은 인건비가 실업률을 높인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이창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