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네덜란드하면 흔히 운하와 풍차, 그리고 튤립을 떠올린다.

그러나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시를 설명하는 또 다른 주제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첨단물류기반시설이다.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물류비용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암스테르담의 첨단물류기능을 가장 단적으로 설명해 주는 예는 꽃경매산업
이다.

세계 최대인 암스테르담 꽃경매에서는 매일 약 1,500만송이의 꽃과 170만개
의 화분들이 경매되는데 이중 대부분이 같은 날 유럽전역과 다음날 미국과
중동 등으로 수출돼 판매된다.

다국적 회계및 컨설턴트그룹인 KPMG는 지난해 다국적기업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암스테르담이 가장 매력적인 유럽시장진출의 전진기지중
하나로 꼽혔다고 밝혔다.

이들 기업은 특히 암스테르담의 장점으로 뛰어난 물류네트워크를 든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유수기업들이 암스테르담을 유럽시장진출의 요충지로 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노릇일지도 모른다.

미경영전문지 포천지가 선정하는 세계 500대 기업들중 절반이 암스테르담에
유럽유통센터를 구축하고 있는 것도 우연은 아니다.

한국기업도 27개사가 진출해 있다.

암스테르담이 물류에서 강한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암스테르담의 물류기반시설 뼈대는 흔히 "삼각항(Triple Port)"으로
설명된다.

삼각항의 세 꼭지점은 암스테르담 남부의 스키폴공항(airport) 서부의
암스테르담항구(seaport)및 정보통신항(teleport)이다.

삼각항을 통한 암스테르담의 화물처리량은 유럽내 1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스키폴공항에서 취급되는 항공화물의 양은 총 97만7,500t에
달했다.

이는 94년에 비해 23.1%(5만5,000t) 증가한 것이다.

지역별로는 중남미(22.7%) 중동(23.6%)으로부터의 화물량이 대폭 늘었고
아시아지역으로부터의 화물유입량도 꾸준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암스테르담 전체 화물처리량중 약 30%가 스키폴공항의 몫이다.

스키폴공항의 원활한 화물처리능력은 과감한 투자에서 비롯된다.

화물량이 증가함에 따라 신규 화물처리및 공항시설 증설을 위해 매년
4억길더(2,000억원)가 투자되고 있다.

스키폴공항의 향후 개발계획은 "카고 월드 스키폴"로 집약된다.

여기에는 화물데이터용 통신망 구축과 처리과정 간소화계획이 포함된다.

이중 특히 주목받는 것은 이미 한계에 다다른 스키폴공항 남동부 부지에
새로 화물처리센터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올해부터 시작된 이 공사의 1단계는 오는 2003년에 마무리돼 10만평방m
화물탑재및 하역시설과 11만평방m 물류서비스시설이 들어서게 된다.

2단계로는 34만평방m의 화물저장시설 건설이 예정돼 있다.

물류기반시설로서 스키폴공항의 또 다른 경쟁력은 공항 근접지역을
비즈니스파크화,다국적 기업들을 유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사업은 지난 80년대 설립된 스키폴공항지역 개발회사(SADC)를 주축으로
펼쳐지고 있다.

공항 북쪽에는 월드 트레이드센터, 국제회의및 전시장(RAI)이 이미
들어섰고 보다 남쪽에 위치한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파크에는 IBM 닛산이
유럽유통센터의 둥지를 틀었다.

이밖에 부켄호르스트, 스키폴 리크, 스키폴 로지스틱스 파크등엔
마이크로소프트 캐논 시게이트 야마하자동차등이 진출해 있다.

SADC는 앞으로 이런 종류의 비즈니스파크를 추가 건설, 2만7,000개의
사무실을 확보할 방침이다.

현재 네덜란드에 발을 들여 놓은 다국적기업은 모두 832개.

이중 미국과 일본 기업들의 약 50%가 스키폴공항근접권에 진을 친 상태다.

해상물류및 유통중심지로서 암스테르담항의 역사는 멀리 거슬러 올라간다.

17세기 황금기를 구가했던 네덜란드의 탯줄이 암스테르담항이었다.

당시 전세계 해상권을 장악한 네덜란드는 동인도 교역회사를 설립, 맹위를
떨쳤다.

6개의 네덜란드항구 재력가들이 동인도회사에 투자했으나 암스테르담항이
전체자본의 50%를 출자해 다른 항구들보다 세력이 컸다고 한다.

이에따라 동양에서 들여온 비단 자기 홍차 향료등 대부분의 상품이
암스테르담으로 운송됐다.

자연스럽게 암스테르담항은 유럽 각국으로 보급되는 이들 상품의 유통
요충지가 된 것이다.

이같은 역사적 배경과 함께 북해로 연결되는 암스테르담항의 무엇보다
큰 장점은 조수간만이 없다는 것이다.

그만큼 모든 화물을 안전하고 신속하게 취급할 수 있으며 어떤 종류의
선박도 수용 가능하다는 얘기다.

화물컨테이너 차량 식품 유류및 화학제품등 거의 모든 화물이 취급된다.

지난해 화물처리실적은 5,000만t이며 한해 9,000척의 선박이 입출항한다.

화물처리량은 올 상반기들어 7%나 증가했다.

유럽의 경쟁항구들이 겨우 현상유지나 화물처리량 감소추세를 보이는
것과는 좋은 대조를 보였다.

늘어나는 화물처리를 위해 암스테르담항은 항구시설과 첨단 항만장비설치
목적으로 약 1,500ha의 상업부지를 설정해 놓고 있다.

또한 암스테르담항을 이용하는 기업들로 하여금 150만평방m의 화물야적장과
80만평방m의 화물보관시설을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특히 암스테르담항에는 모든 화물을 일괄 처리할 수 있도록 복합적 용도의
종합시설인 웨스트포인트센터가 건설되고 있다.

하역과 보관 운송등이 한 시설내에서 이뤄지게 해 항만물류시스템의
전문성을 높이자는 계획의 일환이다.

미국 제3위의 컨테이너 하역회사인 세레스사는 이같은 전문성을 감안,
지난해 암스테르담항을 유럽본부로 결정했다.

일본 닛산자동차는 이미 수년전에 56ha의 항만부지를 할당받아 유럽사업본부
를 두고 있다.

스키폴공항과 암스테르담항이 암스테르담시의 하드웨어격인 물류기반시설
이라면 텔레포트는 소프트웨어격인 물류 신경망이다.

텔레포트는 지난 80년 중반 네덜란드 국내외 기업들에 케이블 위성 초단파
네트워크시설과 정보를 서비스해 주기 위해 설립됐다.

암스테르담항과 인접해 "정보의 항구"로서 암스테르담내 기업들과 해외
기업들에 최첨단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텔레포트에서는 암스테르담항 소재 기업들과 공동으로 지난 90년초 선박
항해정보시스템(SIS)개발 작업에 들어갔다.

이것은 관련업계가 선박의 입출항시간 목적지 화물내역 포장 통관여부등의
자료를 통합.관리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하는 전자데이터교환시스템이다.

뿐만 아니라 텔레포트에는 콜 센터라는 전화 서비스 시설이 설치돼 있어
기업들이 애프터서비스와 모든 예약서비스를 집중시킬 수 있도록 했다.

기업들의 운영비용을 절감해 주자는게 목적이다.

현재 휴렛팩커드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할러데이 인 브리티시 텔레컴등
20개 이상의 외국기업들이 이 센터를 활용하고 있다.

이같이 삼각항을 입체적으로 엮은 암스테르담시의 첨단 물류네트워크는
세계 기업들을 유혹하고 있다.

암스테르담시가 전세계 물류기지로서 이제 유럽의 관문이 아닌 세계의
관문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 암스테르담=김홍열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