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통신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 통신전문가들조차 어지러워할 정도다.

이같은 변화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 세계 각국 정부와 통신기업들은
새판짜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의 세계통신시장변화를 지역별로 추적, 그 현황과 전망을 살펴본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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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하나다"

각국 통신기업들이 정부의 보호막안에서 안방무대만 활보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새로운 첨단통신네트워크가 전세계 육.해.공으로 들어서고, 각국의 통신
시장장벽이 허물어지면서 통신기업들엔 세계가 하나의 시장이 되고 있다.

따라서 "세계는 하나다"는 슬로건은 전세계 통신기업들의 공통 구호인
셈이다.

지리적 무대만 전세계로 확산된게 아니다.

유.무선통신 컴퓨터통신 전파통신 등의 영역구분도 사라지는 추세다.

음성정보 중심에서 멀티미디어 통신시대로 전환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세계통신시장의 지각변동을 맞아 각국 통신기업들은 기술개발에
매진하는 한편 체질개선을 서두르고 있다.

끝없는 세계통신대전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우선 거대 국영통신회사들의 발걸음이 눈에띄게 분주하다.

독일의 도이치텔레콤은 오는 11월 1차분으로만 무려 100억달러어치의
주식을 공개매각한다.

프랑스텔레콤과 이탈리아의 국영통신 스테트도 내년초 민영화에 들어간다.

일본 유선통신시장의 87%를 장악하고 있는 일본전신전화(NTT) 통신시장
개방에 대비해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현재 18만5,000명인 종업원수
를 2001년까지 15만명으로 3만5,000명이나 감원키로 최근 발표했다.

일본 우정성은 이것도 모자라 NTT를 장거리전화서비스와 두개의 지역전화
서비스만 남겨두고 나머지 사업부문은 모두 별도 법인으로 분리시킨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NTT측과 팽팽히 맞서고 있다.

변화의 물결이 가장 거센 곳은 세계통신시장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북미시장.

미국은 지난 2월 60여년만에 통신법을 개정, 각 통신사업자간 고유영역을
완전히 철폐시켰다.

미국의 통신서비스업체와 통신설비업체, 또 장.단거리전화와 케이블통신
업체들은 통신법개정이후 서로 사업영역을 마음대로 넘나들면서 무한경쟁을
전개하고 있다.

또 외국통신업체들엔 자국통신시장의 개방폭만큼 미국시장에 마음껏 뛰어들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이에 따라 "베이비 벨"로 불리는 미국의 지역전화서비스 업체들은 AT&T와
같은 장거리전화회사들의 영역에 겁없이 도전장을 던지는가 하면 거대공룡에
맞서기 위한 합종연횡과 이합집산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통신법개정안이 발효되자마자 지역전화회사들은 무더기로 전략적 짝짓기에
나섰다.

SBC커뮤니케이션과 퍼시픽텔레시스가 4월에 합병을 선언하데 이어
벨아틀랜틱과 나이넥스도 곧바로 같은 전철을 밟았다.

미 통신산업에 일어나고 있는 지진은 그러나 아직까지 진도 1~2도정도의
미진만 나타났을 뿐이다.

리드 헌트 미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은 "통신혁명은 앞으로 10여년
동안 지속될 것"이라면서 "이 기간에 미정부는 통신분야에 투자되는 자금이
수천억달러에 이르고 적어도 100만명이상의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이 통신시장의 개방과 자율화에 나서는 것은 대세가 아니라
당위다.

글로벌경제에 걸맞는 통신인프라를 구축하기위해선 국경장벽을 허물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의 출범으로 아무리 국가기간산업이라 해도
특정분야에 대해서만 빗장을 걸어둘 수 없는 상황이다.

WTO는 늦어도 내년 2월까지는 주요회원국들이 먼저 앞장서 통신시장개방
협상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세계통신시장의 완전자유경쟁시대를 앞두고 각국 통신업체간 국적을 초월한
연대움직임도 활발하다.

영국 브리티시텔레콤(BT)과 미 장거리전화회사인 MCI가 공동 설립한
"콘서트", 도이치텔레콤과 프랑스텔레콤의 합작기업 "글로벌원", 미 AT&T
중심의 다국적 통신컨소시엄 "월드파트너" 등이 바로 이같은 연대의
결과이다.

통신업체가 다국적화 거대화된다고 해서 반드시 기업수익의 극대화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나친 덩치키우기와 시장확대에만 주력한 나머지 대부분 통신
기업들의 수익은 악화되고 있다.

그러나 통신업체들은 이를 황금알을 낳기 위한 산란의 진통쯤으로 여기고
있다.

어차피 시간이 가면 무한경쟁에 뛰어드는 기업이 점차 줄어들 것이고,
무한경쟁에서 끝까지 버텨 승리하는 자에게는 보다 큰 독점이윤이라는
과실이 떨어질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 박순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