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식 개혁개방청책인 도이모이(쇄신)에 힘입어 만원사례를 자랑했던
베트남 호텔들이 불경기의 찬바람을 맞고 있다.

베트남 상업중심지인 호치민시의 일류호텔들은 거의 예외없이 덤핑 방값을
내걸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객실을 채우지 못해 속을 태우고 있다.

강에 떠다니는 호텔로 유명한 객실 1백80개의 사이공부유호텔은 결국 개점
7년만인 지난달말 불황에 굴복해 문을 닫음으로써 호치민 호텔업계에 충격을
주었다.

베트남 호텔들이 불황의 수렁에 빠진 것은 새 호텔들이 자꾸 세워지면서
초래된 객실 과다공급 때문이다.

호텔 신축이 이어진데 반해 주고객인 외국인들의 숙박수요가 예상밖으로
많지 않아 구조적인 공급과잉상태에 직면한 것이다.

호치민시의 호텔객실수는 지난 93년에만 해도 3천개정도에 불과했으나
금년말께에는 그 배인 6천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건설중인 호텔수를 감안하면 99년말께 호치민시의 호텔객실수는 8천개
정도로까지 불어날 전망이다.

이에반해 비지니스용무등으로 베트남을 찾는 외국사람들은 크게 늘어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베트남 호텔업계관계자들은 외국인직접투자액 추이등을 통해본 간접적인
방식으로 베트남을 찾는 비지니스맨들을 추산해 볼때 그 숫자가 그리 많지
않음을 알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베트남정부 승인기준으로 올들어 8월까지의 외국인직접투자액은 33억6천만
달러에 그쳐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오히려 38%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88년이후의 통계로 보면 베트남 정부가 승인해준 투자액중에서도
3분의1 정도만이 실제 투자로 비지니스와 연결되고 있다.

베트남관리들의 부패와 기반설비미비등으로 외국인직접 투자가 예상외로
부진한 현실에서 비지니스맨들의 호텔숙박수요를 기대하기 힘들다는게
호텔업자들의 푸념이다.

호치민호텔업계가 수익의 20%정도를 의존하고 있는 일반 관광객을 상대로한
영업도 신통찮다.

하노이당국이 베트남을 찾아오는 관광객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홍보를
하고 있지만 호텔업계가 느끼는 체감경기는 악화되고 있다는게 업자들의
반론이다.

이곳 업자들은 특히 지난여름의 공산당 당대회를 전후한 몇개월동안 정부가
관광비자발급을 사실상 거부하면서 관광객 숙박수요가 더 줄어들었다고
울상이다.

여기에 현대식 아파트등이 선보이면서 장기 투숙자들도 점차 호텔을
나가면서 호텔을 더 썰렁하게 만들고 있다.

호치민의 대표적인 호텔인 뉴월드호텔(객실수 5백41개)의 경우 작년에만
해도 70%를 넘었던 객실이용률이 현재 50%대로 떨어져 있다.

하루밤 방값도 싱글기준으로 1년만에 20%정도 인하됐다.

작년에 문을 연 프린스호텔(객실수 2백3개)은 당초 75%의 객실이용률과
하루 방값 1백30달러정도는 가능할 것으로 예측했었다.

그러나 현재의 영업상황은 방값 1백10달러에도 객실의 절반정도는 놀리고
있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렉스호텔(객실수 2백7개)도 지난94년에만해도 90%의 객실이용률을 자랑
했으나 현재는 70%유지에도 급급한 처지가 됐다.

에쿼토리얼호텔(객실수 3백34개)의 객실이용률은 30%로까지 떨어져 있는
형편이다.

호치민에서는 베트남의 호텔사업이 상당기간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찬바람이 앞으로 5년정도 더 불 것으로 예상하는 업자들이 다수이고 2-3년
을 각오하는 사람들은 낙관론자로 비춰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따라 호치민 호텔업계는 객실 공급과잉이 어느 정도 해소될 때까지
현재 건설중인 새 호텔의 영업허가를 가능한 미루고 신축 허가를 전면
금지해야 된다고 공산당정부에 건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양홍모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