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최대의 민영화 프로젝트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는 오가는 돈이 총 4백50억달러(약 36조원)에 이르는 인도 역사상
전무후무한 민영화 프로젝트.이는 인도정부가 통신사업권을 민간사업자에
팔겠다는 것으로서 지난 94년말께부터 본격화됐다.

이 민영화작업은 그러나 추진과정에서 온갖 잡음을 일으키다 최근에는
정부고위층의 부패스캔들로 변질돼 민영화 계획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에따라 인도통신시장에 진출키 위해 현지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는등
깊숙히 발을 들여놓은 외국 통신사업자들도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도의 통신사업 민영화작업은 시행초부터 원칙이 없다는 비판을 들어왔다.

사업자 선정기준이 초기에는 사업계획을 통신망구역별로 남보다 빨리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컨소시엄에 유리한 것으로 돼있었다.

이 초기 기준에대해 객관성이 결여됐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사업자 선정
방식은 돈놓고 돈먹기식의 경매형식으로 변질됐다.

자금조달능력이 의심스러운 신청자가 도박을 거는 부작용이 속출하면서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여부는 뒷전으로 밀려나는등 투자자들
에게 민영화작업 주무부서인 통신부가 복마전으로 비춰졌다.

결국 지난달 16일 우려했던 사건이 터졌다.

인도 중앙수사국은 비리혐의를 포착하고 수크 람 전통신부장관의 저택을
뒤지기 시작했다.

수크 람 전장관은 병치료를 이유로 영국으로 탈출한 이후였지만 중앙
수사국은 이 비리장관의 집에서 엄청난 돈다발을 찾아내는데는 성공했다.

인도현지 신문이 전하는 가택수색 결과에 따르면 수사관들은 집 구석구석
에서 돈뭉치가 가득한 비닐봉지를 발견했고 침대 시트에서도 지폐가 나와
아연실색했다는 것이다.

중앙수사국은 이 돈다발을 한자리에 쌓아놓고 합산하는데에만 꼬박 하루반
이 걸렸다.

합계는 모두 3천6백60만루피로 달러로 환산하면 1백만달러가 되는 것으로
보도돼 인도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여론이 들끓기 시작하면서 지난 2년간의 사업자선정을 전면 재검토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자연히 추가 선정 작업이 사실상 중단될 수 밖에 없었고 이미 사업권을
손에 쥔 컨소시엄들은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하는 대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야당들은 국회에서 사업자 선정 자체를 아예 취소하라며 행정부에 맹공격을
가하고 있다.

이와관련, 인도정부가 이미 국고에 들어간 돈을 다시 끄집어 내기 힘들다는
현실론을 들어 구역망별로 사업권을 이미 획득한 컨소시엄들에게는 기득권을
인정할 기대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위해 민영화 계획 자체를 완전히
백지화하는 극약처방도 내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어 인도의 통신사업 민영화를 둘러싼 논란은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인도정부는 지난 94년에 당시 1백명당 1.1회선에 불과한 통신망 보급률을
5년안에 4회선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민영화 작업에 시동을
걸었다.

또 새 사업자를 선정하고 민영화이후의 통신사업행정을 담당할 독립기구를
설립할 것이라고 발표했으나 그대로 실행되지 않았다.

자연히 전국통신망 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통신부가 잠재적인 경쟁자인
민간 컨소시엄에 사업권을 내주고 있는 꼴이 돼버리자 통신부의 사전견제로
민영화이후에도 공정한 경쟁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우려감이 고조됐다.

실례로 사업권을 획득한 컨소시엄이라도 다른 통신구역망과의 연결 서비스
를 위해 또 다른 계약을 통신부와 체결해야될 입장인데 통신부는 수익
극대화를 위해 이 "인터커넥트" 계약 대금을 엄청나게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그나마 이번 부패 스캔들로 인해 계약 일정도 무기 연기되면서 인도의
통신사업이 민영화체제로 가는 것은 요원하다는 분석이 판을 치고 있다.

원래 통신사업같은 엄청난 수익이 기대되는 사업권의 주인을 선정하는
작업은 자칫 여론의 화살을 맞기 십상이다.

인도의 경우 민영화 규모가 자체가 천문학적으로 컸던데다 일관된 기준마저
세우지 못해 일대 홍역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 양홍모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