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경제는 맑음.

그러나 피부경제는 여전히 흐림.

멕시코의 올 2.4분기 경제성장율이 7.2%의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난 94년말 페소화 폭락사태 이후 첫 성장이다.

그러나 기업경영인들이 느끼는 피부경제는 여전히 싸늘하다.

기업의 영업전선에서는 고성장의 열기가 전혀감지되지 않는다고 이들은
불평하고 있다.

이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대한 분석이 엇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이번 고성장이 멕시코 경제의 호재라는데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이번 수치를 "회복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일수 있느냐의 여부다.

지난해 멕시코 경제는 "마이너스 6.9%"였다.

올들어 회복세를 보이기는 했지만 1.4분기 성장이 1%에 머물렀다.

이때문에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올 2.4분기 성장이 잘 해봐야 5-6%일 것으로
예측했었다.

그러나 멕시코 경제는 이런 예상을 훨씬 추월했다.

특히 제조업부문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무려 13.8%나 성장했다.

서비스 부문도 5.4%의 견실한 증가세를 나타냈다.

이렇게 되자 이코노미스트들은 멕시코 경제전망을 서둘러 상향조정하고
나섰다.

샌탠더인베스트먼트의 멕시코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헥터 샤베즈는
올3.4분기 5.9%, 4.4분기 4.7%로 멕시코의 성장전망치를 높였다.

모건스탠리도 멕시코증시에 대한 투자비율을 31%에서 33%로 올렸다.

그러나 경제 밑바닥을 발로 뛰는 경제인들에게는 7.2%라는 고성장이 "숫자
놀음"으로만 비치는 모양이다.

중소 철사생산업체인 프로덕토스 메탈리노스의 매출은 94년말 페소화위기
이후 내리막길을 줄달음질치고 있다.

지금까지 매출축소폭은 무려 50-60%.

회복될 기미도 없다.

지난 2.4분기동안 건설부문이 7.8%나 성장했다는 수치를 이 회사가 못믿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경제는 여전히 "사망"상태다. 건설현장이라곤 찾아 볼수 없다. 성장의
움직임은 도통 감지되지 않는다"(알론소 트레비노 라미레즈상무이사)

사실 이번 경제성장율을 멕시코경제의 회복궤도 진입으로 보기에는 무리한
점이 많다.

우선 "7.2%"라는 성장뒤에는 숫자의 마술이 숨어 있다.

비교싯점 때문이다.

올 2.4분기 성장율의 산출 기준은 "전년동기"대비다.

지난해 2.4분기동안 멕시코 경제는 10.5%나 줄었다.

30년 대공황이후 최악이었다.

워낙 깊은 침체속에 빠져 있던터라 이정도 점프로는 제자리 회복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이번 수치를 "대세"로 속단하기는 이르다.

인플레이션 압력은 여전하고 투자이탈이 촉발되면 언제라도 페소화가
다시 무너질수 있는 상황이다.

"한 분기동안 높은 성장율을 보이다 그다음 분기에 다시 고꾸라진 경험은
얼마든지 있다"(스탠더드&푸어스)

유가도 멕시코 경제의 앞날을 뒤흔드는 불안요인이다.

지금까지 멕시코의 무역흑자는 전적으로 유가강세 덕이었다.

19일 뉴욕시장에서 유가(서부텍사스중질유 9월인도물)는 베럴당 23.26를
기록했다.

아직은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이라크가 원유수출을 재개하면 유가가 떨어질 것이란 전망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따라서 다음분기 멕시코의 무역이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도 높다.

여기에 내년 7월에 중간평가를 위한 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멕시코
경제의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돈을 풀어서라도" 선거에서 이기고 싶은게 정치인들의 공통된 심리다.

페소화 위기등으로 가뜩이나 민심을 잃은 에르네스토 세디요 멕시코
대통령으로서는 더욱 그렇다.

정부의 지출급증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할테고 결국 경제침체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멕시코 경제인들에게 "7.2%"라는 고성장은 아직 청신호가 아니다.

그동안 기업들을 "스톱"시켰던 빨간불이 노란불로 바뀐것 뿐이다.

신호대기중인 멕시코 업체들 앞에 청신호가 떨어지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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