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를 결속시키면서 경제대국일본을 창조하는데 중심적 역할을 해온 일본
경단련(한국의 전경련에 해당함)이 16일로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경단련은 기업의 요망을 정책에 반영시켜 민간경제의 활력을 유지하는 것을
최대목적으로 해왔으며 일본정부와의 밀월관계구축을 통해 대체로 성공적
으로 기능을 수행해 왔다.

경단련과 일본정부가 밀월관계를 지켜온 것은 2차대전패배로 폐허화된
경제를 되살려 서구선진국을 따라잡아야 한다는 인식에서 일치했다는 점을
가장 중요한 배경으로 들 수 있다.

양자간을 실질적인 면에서 결속시킨 것은 정치자금이다.

경단련은 기업들로부터 자금을 갹출해 자민당을 중심으로 정치가들을
지원해 왔으며 정치권은 그댓가로 경제계의 활동을 최대한 보장해온 것이다.

이에따라 경단련은 각종정책수립에도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했고 현직회장인
도요타 쇼이치로씨를 포함한 8명의 역대회장은 재계총리 라는 화려한
닉네임을 달고 실제 장관이상의 대접을 받아 왔다.

그러나 최근들어서는 경단련의 영향력도 점차 약화되는 추세에 있다.

정치권에 대한 로비력이 줄어들면서 재계에 행사해 오던 지도력도 크게
흔들리고 있는 형편이다.

정치권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게 된 것은 경단련이 정치인들의 자금젓줄
이라고 할수 있는 정치헌금을 중단한 때문이다.

제7대회장이던 히라이와 가이시씨는 지난93년 경제계에 대해 호의적이던
자민당체제가 무너지고 호소가와 모리히로 연립내각이 출범하자 정치자금
알선중단을 선언했었다.

경단련은 물론 지금도 경제계의 의지를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으며 특히 현직인 도요타회장은 창립50주년을 기념해 행정개혁및 규제
완화의 수치목표까지 제시한 2020년까지의 장기비전도 수립하는등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이비전은 <>경제규제를 2000년까지 반감하고 2010년까지는 원칙철폐한다
<>정부기관을 통상대표부 경제협력성 정보통신성 종합교통성등으로 재편
한다는 내용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가들의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비전의 실현은 쉽지 않다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이며 경단련역시 한계를 절감하고 있다.

경단련은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최근에는 정치권과의 관계회복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시모토 류타로총리의 등장과 함께 자민당이 정치권중심세력으로서의
역할을 회복한 점도 중요배경이 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을 대표하는 것은 올들어 발족된 하시모토총리를 둘러싼
모임이다.

여기에는 도요타경단련회장 네모토 지로 일경련회장 이나바 고사쿠 일본
상공회의소회장 우시오 지로경제동우회대표간사등 경제4단체장을 비롯
선발된 재계거물 19인이 참여하고 있다.

형식적으로는 하시모토수상과의 허심탄회한 의견교환이란 목적을 내세우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하시모토총리및 자민당을 후원하는 성격을 띠고 있다.

지난해에는 자민당이 은행에서 빌렸던 선거자금 1백억엔을 대신 변제해
주겠다는 발표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재계와 자민당간의 밀월시대가 재래할지 여부를 좌우하는 최대변수
는 역시 정치헌금의 재개여부에 달려 있다.

경단련이 공식적으로 다시 정치자금을 모으는데는 난색을 표하고 있는
가운데 자민당은 산하기구인 국민정치협회에 지난해 10월부터 정책위원회
라는 조직을 만들어 자금모집에 직접 나서고 있다.

정치자금모금을 재개치 않는다면 설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는 무언의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창립반세기를 맞은 경단련으로서는 이처럼 얽힌 상황을 어떻게 매끄럽게
헤쳐 나가느냐가 최대과제인 셈이다.

[ 도쿄=이봉구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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