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게 달아오르던 미국의 기업공개(IPO)열기가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지난 6월말 한주동안만 보더라도 당초 IPO를 예정했던 18개 첨단업체중
절반이상(10개)이 주식상장을 연기하거나 아예 계획자체를 취소해 버렸다.

공개가격도 추락하고 있다.

6월 한달동안 시장에 공개된 46개의 첨단및 헬스케어 관련 업체중 무려
15개가 예상가를 밑도는 "덤핑가격"에 상장됐다.

불과 한달전에는 41개 IPO업체중 단 5개 기업만이 덤핑판매됐다는 점에
비춰보면 IPO의 가격하락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짐작할 수 있다.

최근들어서는 이런 "가격파괴"에 가속도까지 붙고 있다.

5월까지만 해도 예상이상의 상장가를 기록하는 IPO 성공률은 75%선.

7월들어서는 이 수치가 20%로 급락하더니 지난주에는 8%로 추락했다.

지난주 공개에 들어간 12개기업중 덤핑가격을 모면한 기업은 단 1곳
뿐이었던 것이다.

지난 5월20일 이후 시장에 공개된 첨단및 헬스케어 관련 기업주가는 평균
15.5%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IPO시장 급랭의 원인을 첨단업계 침체에서 찾고 있다.

최근들어 반도체 경기가 침체를 계속하고 있는데다 컴퓨터산업도 성장
둔화가 뚜렷해지는등 첨단업계에 한랭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IPO시장도 이런 기상도에 타격을 입고 있다는 얘기다.

사실 IPO투자자들은 "미래의 성공 가능성"에 돈을 거는 셈이다.

IPO기업들은 이익 한번 낸 적이 없는데다 가진 것이라곤 "아이디어"뿐이다.

첨단산업 전망이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IPO주를 사들이는 것은 패색이 짙어
가는 도박판에 새로 뛰어드는 셈이라는게 투자자들의 생각이다.

벤처기업의 상징인 인터넷 관련기업이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는 것도
이래서이다.

올들어 IPO에 들어간 6개 인터넷 관련 업체의 평균 주가하락폭은 24%
(시큐리티데이터).

이중 "야후" 단 1개업체만이 공개가격보다 높은 주가를 유지하고 있다.

인터넷 소프트웨어 업체인 보컬테크는 지난 2월 주당 19달러에 주식을
첫 공개한 이후 4개월여만에 주가가 절반에도 못미치는 9달러까지 폭락했다.

대기업주를 버리고 IPO주로 몰려들었던 투자자들은 이제 "야후"에서
"인텔"로 다시 발걸음을 돌리고 있는 것(캘리포니아 테크놀로지 주가소식지)
이다.

이런 투자심리는 뮤추얼펀드(투자신탁)에서도 뚜렷이 나타난다.

시장조사업체인 AMG데이터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6월12일 이후 이달초까지
총 2억8천2백만달러의 하이테크 투자자금이 시장을 빠져 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12억5천만달러의 자금을 보유하고 있는 밴웨고너 캐피털 매니지먼트는
이달들어 IPO주 매입을 완전히 중단했다.

"공급이 초과잉 상태인데다 IPO 기업의 질도 바닥수준"이라는 판단에서
였다.

이렇게 되자 미증시 활황의 땔감이었던 IPO가 오히려 증시를 급랭시키는
냉각수로 작용하고 있다.

IPO의 추락이 가뜩이나 뒤뚱거리고 있는 미증시를 완전히 뒤흔들어 놓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IPO주가 전멸했다는 뜻은 아니다.

네트스케이프나 사이버캐시와같은 "스타"들이 아직도 IPO시장에 버티고
있다.

드물긴 하지만 안타를 날리는 IPO기업도 있다.

시벨시스템이 대표적인 예다.

이 회사의 주가는 지난달 28일 주당 17달러로 출발해 몇시간만에 30달러
까지 치솟았다.

일부 업체들은 이런 스타플레이어들의 분투에 용기를 얻어 IPO를 강행하고
있다.

E트레이드그룹과 실리콘 게이밍등은 예정대로 올 여름 IPO를 실시할 방침
이다.

그러나 벤처기업투자자인 빌 코건은 "이들이 IPO로 재미보길 기대한다면
그건 오산"이라며 "당분간 IPO시장은 개점휴업상태를 벗어나지 못할 것"
이라고 경고한다.

증시활황기에 좋은 돈벌이 기회를 놓칠까봐 휴가 한번 못간 투자자라면
지금이 바캉스를 떠날 최적기라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 노혜령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