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상품시장에서 중국이 큰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인구 12억의 거대잠재시장이란 우월적인 지위에다가 경제개방과 고속성장
으로 축적한 자본및 기술로 원유 곡물 소재시장에서 막강한 파워를 휘두르고
있는 것이다.

스미토모에 18억달러의 손실을 입힌 동시장에서도 커튼 뒤에는 중국이라는
큰손이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저가를 무기로한 소재제품을 주변국들에 대량 수출하거나
수입정책을 수시로 바꿔 가며 국제시황을 주무르고 있다.

이같은 파워의 원천은 세계 7위의 국내총생산(GDP) 규모중 수출입규모가
다른 국가들에 비해 크게 높은 40%를 차지하는데서 비롯된다.

이 나라의 잠재성을 염두에 둔 각국이 상품거래시 중국의 눈치를 살피는
것도 중국의 힘을 키워 주는 요인이다.

중국이 주요시장에서 행사하고 있는 영향력을 시장별로 살펴본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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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곡물시장 ]]]

중국이 94년말 옥수수 수출중단 조치를 내린 이후 국제곡물값은 급등세로
치달았다.

옥수수와 소맥값은 지난해 강세에 이어 올들어서도 수요증가와 재고부족
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중국은 지난 93년 국내 옥수수생산의 약 10%인 1천1백80만t을 수출했으나
94년들어 4백30만t, 95년에는 2백만t을 수입, 수출국에서 수입국으로 전락
했다.

소득수준 상승으로 육류소비가 늘면서 사료용 곡물수요가 급증한 것이
주원인이다.

중국의 육류생산은 94년 4천4백99만t으로 10년전에 비해 2배가량 증가했다.

고속성장을 구가하는 중국을 축으로 한 아시아의 곡물소비급증세는 곡물값
강세를 지속시킬 수 밖에 없다.

[[[ 석유시장 ]]]

석유시장에서도 중국의 비중은 무시할 수 없다.

뉴욕시장에서 서부텍사스중질유(WTI)가 지난4월 배럴당 25달러를 상회,
걸프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주원인은 한파와 재고부족이었다.

그러나 중국 등 아시아의 수요가 급증한 점도 또한 중요한 원인이었다.

94년부터 석유순수입국으로 전환한 중국의 유류소비량은 지난해 1억5천만t
이었고 경제성장으로 중장기적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다.

국제유가동향이 중국의 장단에 놀아날 날도 멀지 않았다.

[[[ 강재시장 ]]]

아시아시장에서 강재가격이 중국의 시장개입으로 급등락을 거듭한다.

중국산 저가강재가 한국과 동남아시아 일본시장 등으로 유입돼 현지 강재
가격의 하락요인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경우 올해 국산보다 10~20% 싼 중국산 강재가 대량 유입된 결과
시황이 크게 동요됐다.

반면 거대수입국이기도 한 중국은 가격인하요구로 수출국들을 당황하게
한다.

일본의 주요 고로업체들은 올들어 중국의 가격인하 요구로 수출가격을
낮췄다.

중국의 강재수입실적은 지난해 약 67억달러상당 1천4백만t이었으며 앞으로
건설경기호조로 수입증가가 예상되고 있어 일본 등 고급강재 수출국들은
중국의 요구를 수용할 수 밖에 없다.

[[[ LDPE시장 ]]]

저밀도폴리에틸렌(LDPE)과 폴리프로필렌 등 주요 합성수지의 시황은 중국의
수입동향에 따라 춤을 췄다.

중국이 밀수급증을 이유로 지난해 5월부터 최근까지 수입 합성수지에 관세
사찰을 강화하자 동남아시장에서 가격이 일시적으로 올랐다가 장기적인
하락국면으로 들어갔다.

관세사찰강화로 경제특구로의 유입이 불가능해진 상당 잔여분이 홍콩을
통해 동남아시장으로 반출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작년 7월 유화제품수출기업을 대상으로 부가가치세를 단계적으로
올리겠다는 조치를 발표하자 시행일직전 원료인 LDPE등을 일본등으로부터
대량 수입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이로써 일본 유화업체들은 중국당국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해야만 할 입장
이다.

가전부품과 비닐하우스용으로 쓰이는 합성수지 LDPE와 폴리프로필렌의
중국내 연간 수요는 5백만t으로 이중 절반을 수입한다.

< 유재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