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대통령선거 결선투표가 3일 극동시베리아지역을 시발로 러시아
전역에서 실시된다.

러시아 미래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할 대통령선거 결선투표가 3일 극동
시베리아지역을 시발로 러시아전역에서 실시된다.

친서방 자본주의개혁의 화신인 옐친후보와 강력한 소비에트연방 부활을
부르짖는 주가노프후보간 대결은 러시아 최초의 직선대통령을 탄생시킨다는
의미에서, 또 공산종주국의 체제붕괴후 4년간의 자본주실험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내린다는 차원에서 전세계로부터 비상한 관심을 모아 왔다.

지금까지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1차선거에서 35%로 최대
득표한 옐친후보가 승세를 굳혔다는게 일반적인 관측.

1차선거직후 3위 득표자였던 군사령관출신 레베드를 옐친대통령이 국가
안보회의 사무총장으로 영입하는데 성공했고, 친주가노프계열로 분류되던
극우민족주의자 지노프스키까지 "반주가노프주의"를 천명해 외견상 선거
판세는 공산세력 대 반공산연합세력으로 짜여져 있다.

단순산술 방정식을 도입하면 주가노프후보는 1차선거에서 얻은 32%의
지지율을 그대로 유지하는 선에서 그치는데 비해 옐친후보는 20%를 약간
웃도는 군소후보의 표를 대부분 흡수, 결선투표에서는 55%선을 무난히 득표
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런 단술방정식이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우선 1차선거에서 레베드나 지리노프스키를 지지했던 유권자들이 모두
옐친지지표로 전환될 수 있는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만만치 않다.

이들 군소후보지지층들은 옐친의 개혁정책에 소외된 사람들이고 따라서
현재의 러시아상황에 대해강한 불만을 갖고 있기 때문에 반공산주의성향과
함께 반옐친성향도 강하다는 지적이다.

옐친후보진영조차도 이런 점을 시인하고 있다.

옐친의 참모들은 "대다수 흡수, 일부 기권"을 최상목표로 잡고 다만
주가노프의 지지층이 불어나는 것만 막으면 성공이라는 생각이었다.

옐친후보에게 최악의 시나리오는 1차투표에서 레베드나 지리노프스키
등에게 표를 줬던 사람들이 대부분 기권하는 경우다.

다시말해 결선투표율이 60%를 밑돌 경우 주가노프에게 역전당할 수도 있다
는 것이다.

주가노프 지지자들은 확실한 정치적 신념을 지니고 있는 반면 옐친을 선호
하는 사람들은 합리적 판단 보다 기분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짙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날씨론"이 러시아 정치공학의 유력한 이론으로 대두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날씨가 좋으면 옐친 지지성향의 유권자들이 대거 야유회나 휴가를 가기
때문에 고정표를 확보하고 있는 주가노프가 승리한다는게 바로 날씨론이다.

여기에다 선거막판에 옐친의 최대 취약점인 건강문제가 불거져 나와
결선투표의 결과를 더욱 점치기 어렵게 하고 있다.

선거향방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온 모스크바 증시도 이같은 혼전양상을
잘 반영하고 있다.

옐친후보가 비록 박빙의 차이로나마 1차선거에서 주가노프를 누르자
모스크바 증시는 강세를 이어 왔으나 선거막판 옐친 와병설이 나돌면서
급락세로 돌변했다.

러시아증시의대표적인 주가지수인 RTS지수는 지난달 29일 하루에만 10.4%
나 폭락한데 이어 1일에도 거래가 극히 부진한 가운데 2.7% 떨어졌다.

결국 러시아 대통령선거 결과는 두표함이 개봉될 때까지 아무도 속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