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북=박순빈기자 ]

"아시아의 빌 게이츠.21세기 컴퓨터산업 분야를 이끌어갈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일본경제와 세계정보산업의 희망"

요즘 이같이 화려한 수식어들을 달고 다니며 세계의 이목을 한몸에 받고
있는 한국계 일본기업인이 있다.

일최대 컴퓨터소프트웨어 유통업체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사장(38.일본명.
손 마사요시)이 바로 그다.

지난해초부터 그는 니혼게이자이 요미우리 마이니치 등 일본유력신문들의
1면 머리기사에 단골로 등장하고 있다.

그에 관한 기사가 한달에 평균 3번이상씩 신문 1면을 장식할 정도다.

얼마전에는 호주의 미디어제왕 루퍼트 머독과 손잡고 일본 4대방송의
하나인 아사히 TV를 인수해 또 한번 화제를 불러 모으기도 했다.

이런 세계적 뉴스메이커 손정의사장이 25일(현지시간) 대북 국제무역센터
에서 열린 에이서그룹 창립20주년 기념식에 특별연사로 등장했다.

손사장은 이날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회장, 인텔의 엔디 그로브회장에
이어 세번째연사로 나서 전세계 컴퓨터업계에서 그의 무게가 어느 정도인가
를 실감케 했다.

"디지털정보혁명시대의 기업경영"이란 주제로 연단에 나선 그는 전세계
1백여개국에서 참석한 2천여명의 컴퓨터산업분야 종사자들에게 50여분동안
정열적으로 자신의 경영철학과 사업포부를 밝혔다.

연설전과 연설후 10분여동안 1백여명의 각국 취재진들이 그를 둘러싸고
즉석에서 무차별 질문공세를 퍼붓기도 했다.

손정의사장과의 인터뷰 내용을 연설과 함께 엮어 소개한다.

-22세의 나이에 소프트뱅크를 설립, 15년만에 자산규모 2천억엔이 넘는
세계적인 컴퓨터유통업체로 성장시켰는데 놀라운 성장의 배경은 무엇입니까.

<>한마디로 원대한 꿈을 갖고 그 꿈과 현실 사이의 차이를 좁히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게 성공의 비결이었습니다.

81년 자본금 1억엔미만으로 종업원 2명을 데리고 소프트뱅크를 설립
했습니다.

이 두명의 사원들에게 저의 꿈을 얘기 하니까 두달만에 퇴사해 버렸습니다.

아마 허무맹랑하다고 생각한 때문이었죠.

그러나 지금은 그들의 생각보다도 제 꿈이 판정승을 거뒀습니다.

모험정신과 도전적인 자세 없이는 미래의 주역이 될 수 없다고 봅니다.

-지난해초부터 다양한 분야에 사업을 뻗치고 있는데 최종적으로 어떤
회사를 만들 계획입니까.

<>컴퓨터 정보통신산업은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 있는 공간입니다.

여기에 숱한 인재들이 뛰어들어 산업혁명 보다 더 큰 변화를 가져오는
정보통신혁명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꿈과 도전정신으로 가득찬 인재들이 마음껏 활동할수 있는 무대를 활짝
열어주는게 소프트뱅크가 할일입니다.

다시말해 컴퓨터와 정보통신산업에 관련된 모든 인프라를 제공하는게
소프트뱅크의 목표입니다.

이런 목표에 따라 컴퓨터유통.출판및 미디어.정보기술서비스.네크워크
서비스.전시등 5개 항목으로 나눠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실제로 소프트뱅크는 지난해초부터 일본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거침
없이 사업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해 2월 미인터페이스그룹으로부터 "컴퓨터올림픽"으로 불리는
"컴덱스" 운영권을 8백억엔에 인수한데 이어 정보통신관련 TV프로그램공급
채널인 ZDTV 설립, 인터넷 전자거래서비스를 제공하는 미사이버캐시사와
자본제휴, 일최대 광고대행사인 덴츠와 인터넷광고전문회사 공동출자,
아시아지역의 인터넷웹 검색서비스시장 장악을 목적으로 야후재팬 설립 등
전세계가 놀랄만한 프로젝트들을 잇따라 발표했다.

또 뛰어드는 사업마다 성공을 거둬 그는 이제 일본기업인이 아니라 세계적
인 거물로 우뚝 솟아 있다)

-너무 한꺼번에 그것도 여러 분야, 여러 지역에 뛰어들면 위험부담도
클텐데요.

<>어떤 사업이 장기적으로 유망하다고만 해서 무조건 뛰어들지 않습니다.

유망한 분야라도 1등이 될수 없다고 판단되면 신규투자 계획을 취소합니다.

문제는 1등으로 성장할 가능성여부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인데
지금까지 소프트뱅크는 잘못 결정한 사례가 없습니다.

소프트뱅크는 불과 1년반전만 하더라도 전체매출의 99%를 일본내 시장에서
달성했고 전체종업원의 99%가 일본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전세계 각지의 21개 계열사의 7천5백여 종업원중 일본종업원
비중은 15%에 불과하고 올해부터는 해외순이익이 일본내에서 거둬들이는
규모를 앞지르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업의 포트폴리오가 제대로 구성되고 있다고 봅니다.

-독특한 경영기법을 구사하고 있다는데.

<>우리회사가 자랑으로 내세울수 있는 경영기법은 사업단위별 독립운영제와
실적에 따른 성과급제 두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소프트뱅크 본사의 경우 전체 8백명의 종업원을 7~10명씩
1백여개 팀으로 나눠 각 팀이 업무기획에서부터 실행, 사후점검에 이르기
까지 모든 활동에 대해 독립적인 권한을 부여받습니다.

대신 컴퓨터네트워킹기술과 자체 개발한 재무관리소프트웨어를 이용, 각
팀별 손익현황을 매일 보고 받습니다.

이 때문에 저는 전자우편을 통해 하루에 수천건의 재무보고서를 살펴봐야
하지만 각 팀별 의사결정에는 거의 관여하지 않습니다.

이와함께 전통적인 연공서열식 인사관리방식을 파괴해 철저히 실적에 따라
성과를 차등배분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팀의 적자가 일정수준을 벗어날때는 그 팀이 공중분해되고 팀장은 평사원
으로 강등되기도 하고 평사원이 좋은 아이디어를 내면 새로운 팀을 이끌어갈
수도 있습니다.

-사장의 개인재산으로 특별보너스를 주기도 한다는데 사실입니까.

또 특별보너스가 영업실적 향상에는 어떤 효과를 주든가요.

<>지난해중순부터 통상상여금과는 별도로 각 분기마다 세후순이익 증가분을
토대로 특별보너스를 산정, 지급하고 있습니다.

재원은 제 개인 보유주식입니다.

실적이 좋아지면 주가가 올라가고 이에따라 저의 주식자산가치도
자연스럽게 높아지는 만큼 이를 사원들에게 분배하자는게 기본 취지입니다.

최고 1억5백만엔어치의 주식을 특별보너스로 준 경우도 있습니다.

이같은 특별보너스제도를 실시한뒤 순이익규모가 1년만에 3배
늘어났습니다.

매출신장률도 더욱 높아져 올해는 매출이 30억달러에 이르고 내년에는
50억달러선의 매출규모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고등학교에 다닐때인 16세에 홀연히 미국유학길에 오를 만큼 모험심이
강한 손정의사장은 UC버클리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할 당시 우연히 컴퓨터잡지
표지에서 본 칩설계회로도에 매료돼 컴퓨터마니아가 됐다고 한다.

이후 영.일번역소프트웨어를 대학졸업이전에 개발하는가 하면 전자수첩을
만들어내 일샤프로부터 1백만달러를 받고 특허기술을 판매하는 등 일찍부터
컴퓨터기술분야에서도 두각을 보였다.

대학시절에는 또 당시 일본에서 유행하던 게임소프트웨어 "인베이드"를
미국시장에 판매해 1백만달러를 챙기는 등 뛰어난 사업수완을 발휘하기도
했다.

지난 91년 사업상의 목적으로 일본에 귀화했으나 야스모토라는 일본 성을
버리고 고국으로부터 물려받은 성을 되찾아 일본재계에 잔잔한 파문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1년중 9개월이상을 미국에서 보내고 10~20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 사람들을
만날 정도로 바쁜 인물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