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산 쇠고기 금수조치를 둘러싼 유럽연합(EU)대륙각국과 영국간 대립이
수습국면으로 들어갔다.

EU 15개회원국 정상들은 21일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개막된 정상회담 첫날
회의에서 영국산 쇠고기와 관련제품의 금수조치를 단계적으로 완화한다는데
합의했다.

이 결정에 대한 응답으로 영국은 지난 5월말부터 취하고 있는 대EU
비타협정책을 철회키로 했다.

EU정상들은 합의에 따르면 영국정부는 미쳤거나, 또는 미친 징후가
엿보이는 10만마리이상의 소를 도살해야 한다.

영국은 당초 도살대상으로 삼았던 90년 10월부터 93년 6월 사이에 태어난
소외에 89년생 소 2-3만여마리에 대해서도 선별적인 도살을 실시키로 양보한
것이다.

대신 EU는 의학적.과학적 검증절차를 거쳐 공중위생에 해를 주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영국산 소에 대해서는 수출재개를 허용한다.

영국 수출쇠고기의 광우병 감염여부와 수출적격 판단에 대해서는 EU집행위
상설기구인 수의전문가위원회에서 구체체적인 검사방법과 절차를 결정할
계획이다.

EU정상들은 또 광우병타격으로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영국축산농가들에
대한 긴급보상금규모를 당초의 6억5천만ECU(유럽통화단위.1.26달러)에서
8억5천만ECU로 늘려 주기로 결정했다.

이에따라 지난 3월 27일부터 전면 수출금지조치가 내려졌던 영국산 쇠고기
가 수입희망국가의 내수한정용으로 수출이 다시 이뤄지게 됐다.

수출은 아시아와 아프리카지역의 일부국가들을 대상으로 맨먼저 재개될
전망.

일부 식량난에 허덕이는 빈국들이 광우병분쟁이 들끓는 기간에 오히려 이
기회에 값싼 유럽쇠고기를 맛보자며 영국정부에 수입의사를 적극적으로
타진해온 때문이다.

하지만 이처럼 EU역외 제3국으로 수출된 쇠고기가 EU역내로 역수출되는
것은 철저히 차단된다.

EU정상들의 21일 결정은 그러나 우선 급한대로 불씨를 봉합했을 뿐 쇠고기
분쟁을 완전히 종식시켰다고 보기 어렵다.

금수조치의 해제일정이 명확치 않은데다 각 회원국별로 입장차이가 커
앞으로 세부혐의과정에서 또 다시 갈등이 재연될 소지가 많다는 얘기다.

이날 정상들의 결정이 발표된뒤 존 메이저 영국총리는 "유럽을 덮고 있던
먹구름에 제거돼 매우 기쁘다"고 말했지만 그는 영국내 축산농가는 물론
유럽대륙의 농민들로부터도 여전히 비난의 표적이 되고 있다.

이날 영국과 프랑스의 축산농시위대는 메이저 영국총리 인형화형식을
동시에 가졌다.

영국농민들은 광우병피해대책이 미진하다는 이유로, 또 프랑스농민들은
영국쇠고기 수출재개로 유럽전체 쇠고기시장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보고
메이저총리를 중심으로한 쇠고기분쟁해결사들에게 잔뜩 품었던 불만을
터뜨린 것이다.

이처럼 두 지역간 상이한 불만들을 완전히 불식시키기에는 아직 넘어야할
난관이 너무 많다.

특히 쇠고기분쟁 해결을 유럽통합작업과 연계시켜 서로 밀고 당기기를
지속할 경우 "99년 유럽제국 실현"의 꿈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