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월드컵공동개최를 계기로 한일양국관계가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이에 맞춰 오는 22일 하시모토 류타로 일본총리가 취임이후 처음으로 방한
한다.

하시모토총리는 방한기간중 김영삼대통령과 제주에서 회담을 갖고 동북아
정세를 포함해 21세기를 열어갈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모색할 예정이다.

이번 하시모토총리의 방한으로 그동안 매끄럽지 못했던 양국간의 문제들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양국은 <>독도영유권문제 <>무역개역조개선문제등에서 만족할한한
상호협력관계를 유지해 오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한일 양국이 새로운 분위기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야마시타
신타로 주한일본대사는 최근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월드컵공동개최가
한일 양국에 화합의 장을 마련해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한일 양국간의 관계가 과거의 수직적인 것에서 대등한 수평적인
관계로 변화되고 있다"며 "무역역조시정, 과학기술협력및 학술 문화교류
확대문제등의 해결이 쉽진 않겠지만 이러한 해결노력과정에서 한일 양국은
상호신뢰감을 확인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마시타대사를 본지 국제1부 김경식차장이 만나 보았다.

=======================================================================

-하시모토 일본총리의 방한이 갖는 의의는 무엇인가.

<>야마시타대사=양국의 정상이 만나 마음을 열어 놓고 현안을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일이다.

양국은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이웃이지만 몇가지 문제들에 관해 다른
견해를 가져온 것이 사실이다.

이같은 견해차이를 조정한다는 것은 양국관계의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이다.

-월드컵공동개최와 관련, 한일 양국간의 긴밀한 협력관계가 기대된다.

월드컵공동개최에 대한 입장은.

<>야마시타대사=월드컵공동개최라는 새로운 문제가 생겼지만 양국의 노력
으로 원만히 해결될 것으로 본다.

중요한 것은 이같은 문제해결과정에서 양국간의 신뢰관계가 발전, 더욱
돈독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한국기업들은 일본이 기술이전에 인색하다고 자주 볼멘 소리를 낸다.

갈수록 불어나는 대일무역적자를 해소하려는 일본의 노력이 미흡하는
지적이다.

한국과 일본은 아시아.태평양시대를 이끌어 갈 두축이다.

요즈음 두 나라간 경제협력관계는 어떤가.

<>야마시타대사=한.일양국 민간기업들간의 협력관계는 최근 한국기업의
성장을 배경으로 더욱 긴밀해지고 있다.

종전의 한.일기업간 협력관계는 일본기업이 한국기업에 일방적으로 기술및
자본을 공여하는 형태로 진행돼 왔다.

그러나 한국기업의 기술수준향상및 규모확대등으로 한.일양국 기업간에는
보다 대등한 관계에서 협력이 진전되고 있다.

즉 한.일양국기업간의 협력은 수직적인관계에서 수평적인 협력관계로
발전해 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경향은 자동차, 반도체등의 첨단기술을 필요로 하는 분야를 포함한
중화학공업분야에서 두드러지며, 이들 업종이 현재 한국의 경제성장을 주도
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두나라 기업간의 협력은 한.일양국 특히 한국의
경제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은 일본의 투자유치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 해마다 투자사절단을 보내는등 나름대로 열심이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크지 않다는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투자분야 협력은 잘 돼 가고 있는지.

<>야마시타대사=한국에 대한 일본의 직접투자는 세계각국의 대한직접투자
총액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어 금액면에서나 건수면에서나 제1위이나,
80년대 후반부터 한국의 임금수준상승에 따라 감소추세를 보였다.

이는 그 때까지 직접투자의 중심이던 노동집약적 산업의 투자가 감소된
때문인데 그후 한국의 경제규모가 커짐에 따라 한국내시장을 겨냥한 투자가
확대됨으로써 93년부터 일본의 대한투자는 다시 증가추세로 돌아섰다.

한편 무역불균형의 시정을 위해서는 자본재및 부품산업육성이 급선무로
이들 산업간에 일본의 직접투자확대가 요망되고 있으나 일본기업의 직접
투자가 증가하면 투자선기업에 대한 자본재및 중간재공급으로 일본의 대한
수출증가도 상정할 수 있어 대한직접투자의 증가가 대일무역적자 감소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또 민간기업이 직접투자할 투자선의 결정은 순전히 기업의 판단에 달린
일로 기업이 생산활동에 가장 적합한 나라를 선택하게 된다.

지난 몇년간 일본의 대외직접투자가 한국보다도 아시안및 중국등지에서
활발했던 것은 이들 국가의 투자환경이 다른 나라보다 양호하다고 일본기업
이 판단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이런 점에서 한국정부의 투자환경개선노력, 가령 임금상승억제, 노사관계
개선, 더 나아가서는 금융면에서의 규제완화등에 대한 가일층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한국기업들은 일본의 시장장벽이 상당히 높다고들 불평하고 있다.

관세가 높은 것은 물론 시장유통구조등의 비관세장벽도 두텁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야마시타대사=먼저 일본의 관세율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구체적으로는 우루과이라운드 합의 실시 이후 광공업제품의 평균관세율이
일본은 1.5%인데 비해 미국 3.5%, EU는 3.6%이다.

한국기업들이 일본의 시장장벽이 높다고 말하는 것은 일본시장에서는
기업간의 경쟁이 극심하고 소비자들의 요구수준이 높은 것등으로 말미암아
일본시장진출이 어려운 점을 얘기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한국기업은 굉장한 노력을 기울여 최근에는 일본시장에 착실히
침투해 들어오고 있다.

우리로서는 이를 환영하며 한국기업들의 노력을 기대하고 있다.

또 일본에서는 정부의 규제완화및 수입촉진책도 상당히 충실해지고 있으니
이런 것들도 충분히 활용해 주기 바란다.

-일본정부와 민간기업들의 대북한접촉이 계속되고 있다.

주한일본대사로서는 신경이 쓰이는 문제라고 보는데 일본과 북한의 경제
협력에 대한 의견은 어떠한가.

<>야마시타대사=대북한경제협력은 일.북한수교협상 타결이 전제가 된다는
것이 일본의 일관된 방침이다.

수교협상재개의 구체적인 시기등에 대한 전망은 아직 확실치 않지만 일본
정부로서는 2차대전후의 일.북한간의 비정상적인 관계를 바로잡는 동시에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이바지한다는 관점에 입각해 한국등과 긴밀한
연락을 취하면서 대응해 갈 방침이다.

일본기업과 북한간의 투자 기술협력등은 기본적으로 민간베이스의 문제
이므로 정부가 논평할 입장이 아니다.

-한반도문제 해결을 위한 4자회담을 두고 러시아측에서 섭섭해 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일본과 한반도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데, 외교적인 측면에서
한반도문제 해결을 위한 바람직한 방안은 어떤 것인가.

<>야마시타대사=일본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큰 의의를 지니고 있는
이니시어티브로 4자회담제안을 지지하고 있으며 북한이 이 제안을 지체없이
받아들여 대화의 자리에 나오길 바라고 있다.

한반도문제는 남북한 당사자간의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이 회담은 한반도의 현행 정전체제를 항구적인 평화체제로
대체하기에 가장 현실적인 수단이며, 일본으로서도 북한이 이 제안을
받아들이도록 설득 노력을 계속해 갈 방침이다.

-한.일 두나라 경제인들의 경제협력을 위한 사절단 교환이 연중행사의
하나가 됐다.

그러나 실질적인 효과는 크지 않은 것같다.

한일간의 경제협력강화를 위해 추진중인 사업이 있는지.

<>야마시타대사=한.일양국간에는 경제인들에 의해 각종 분야및 레벨의
사절단 파견이나 정보교환과 의견교환을 위한 회의개최등 다양한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와 같은 활동은 상호이해를 심화시키고 양국의 경제교류를 활성화
시키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민간분야에서의 협력관계가 기본적으로 중요하거니와 한일양국정부
도 각기 한일.일한산업기술협력재단의 기술자연수 중견중소기업공장의 진단,
기술이전촉진을 위한 테크노마트개최등등의 사업지원을 통해 이를 보완하고
있다.

-주한일본대사의 입장에서 볼때 한일간의 바람직한 협력체제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나.

한국측에 특별히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야마시타대사=경제분야에서의 한일간 협력관계는 비단 양국뿐만 아니라
이제는 세계무역기구(WTO), 아.태경제협력체(APEC)등 다자간협의의 장에서
협력이 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무역및 투자자유화등의 대책 강화에 있어 일본과의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또한 한국은 이제 세계경제에서 주요국가로 부상하고 있어 그에 상응한
행동이 요청되고 있는 바, 수입선다변화품목제도등 세계적 기준에서
보더라도 문제가 될만한 각종 규제의 개선이 요망된다.

<김홍열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