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미토모상사의 이번사고는 작년에 전세계금융계를 뒤흔들었던 영국
베어링은행과 일본 다이와은행사태와 여러면에서 유사하다.

먼저 이 3개사건 모두 한 개인의 실수에 의해서 저질러졌다는 점이다.

95년 2월 영국최고의 전통을 자랑하는 베어링은행의 금융사고는 싱가포르
지점에 근무하던 닉 리슨(28세)이라는 한 젊은 직원의 실수로 터졌다.

또 작년 7월 발생한 다이와은행의 금융사고는 이구치 히데요시(40)라는
한 직원의 투자잘못 때문이었다.

스미토모사고 역시 비철금속거래를 책임지고 있는 하마나카 야스오(48)
비철금속부장 개인에 의해 발생했다.

동시에 오랜동안 투자내역과 손실을 은폐해 오다가 손실규모가 혼자서
감당할수 없을 정도로 커지자 이를 자백, 세상에 알려지게 된점도 동일하다.

두번째는 사고금액이 각각 10억달러를 넘는 초대형사고라는 점.

베어링은행의 손실액수는 14억달러였고 다이와은행은 11억달러에 달했다.

스미토모는 이보다 훨씬 많은 18억달러를 기록, 일단 파생상품과 관련해
사고가 터졌다 하면 그 규모가 엄청나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해 주고 있다.

3개 사고 모두 파생상품시장에서 일어났다는 것도 공통점중 하나다.

베어링사태는 일본증시의 주가지수선물거래에서, 다이와사고는 미채권선물
로, 이번 스미토모케이스는 구리선물및 관련파생금융거래에서 비롯됐다.

또 하나는 이들 사고가 사내경영층의 감독부실과 한 개인에게 너무 과도
하게 투자권한이 집중됐기 때문에 발생했다는 것이다.

결국 기업자체의 파생상품거래시스템 미비가 이들 대형금융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파악될수 있다.

그러나 차이점도 있다.

베어링은행과 다이와은행의 경우, 사고발생후 회사가 완전히 무너지거나
부분적으로 남의 손에 넘어갔다.

베어링은행은 사고후 완전히 파산, 기업자체가 사라졌고 다이와은행은
미국내 지점들을 다른 기업에 매각하는 사태로까지 번졌다.

그러나 스미토모는 회사재정이 건실한 까닭에 파산하거나 일부 계열사를
매각하는 사태로까지 악화되지 않을 것이 거의 확실하다.

한편 스미토모사고는 다이와은행의 망령이 스미토모로 기어들어 왔다는
점에서 매우 주목을 끄는 사건이다.

다이와은행의 미현지영업망을 인수한 기업이 바로 스미토모그룹의
스미토모은행이기 때문이다.

스미토모은행은 올초 약 6천만달러에 미국내 다이와은행지점들을 모두
사들였다.

그후 약 5개월여만에 스미토모그룹도 다이와은행같은 대형금융사고를
일으킴으로써 "다이와은행의 미현지영업망인수라는 호연"이 "다이와은행후속
의 대형금융사고 발생이라는 악연"으로 귀결된 셈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