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이봉구특파원]

스미토모상사의 전비철금속부장이 회사의 허락도 받지 않은 동거래를 통해
18억달러(약 1천9백60억엔)에 달하는 손실을 초래한 사건은 스미토모상사의
경영전반에 큰 타격을 가할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거래인들은 이번 사건으로 국제시장에서 구리값이 대폭락하자 세계시장
이 ''블랙프라이데이''의 악몽에 빠져들었다고 묘사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이번 사건을 작년 7월 다이와은행 직원이 불법거래로 11억달러
의 손실을 초래했던데 이어진 것이라는 점에서 전체일본기업의 국제적신용도
를 크게 추락시킬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번사건은 우선 손실액규모가 엄청나다는 사실이 두드러진다.

다이와은행규모를 능가하는 것은 물론 지난해 베어링 브라더스은행을
파산으로까지 몰아부쳤던 파생금융상품부정거래액(14억달러)도 웃도는
금액이다.

아키야마 도미이치사장은 이날의 기자회견에서 "회사의 재정상태가 튼튼
하기 때문에 이정도의 손실은 충분히 흡수가능하다"고 밝혔고 회사측은
구체적인 금액이 확정되는대로 곧 손실처리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18억달러라는 금액은 스미토모상사 연간경상이익액의 5배이상에
달하는 것이고 당기순이익으로 따진다면 10여년간을 모아야 하는 엄청난
거액이다.

스미토모상사가 사건발표에 앞서 미리 주거래은행인 스미토모은행에
사실을 통보하고 전면지원을 약속받은 사실이 사건의 충격이 얼마나 큰지를
선명히 보여준다.

스미토모상사는 회사는 부정거래에 가담치 않았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이번 사건을 처리하는데 있어 가능한한 신속히 처리하려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스미토모측은 지난11일 통산성에 이를 미리 보고하고 사건의 내용이 밝혀진
뒤에는 미국 영국정부및 LME(런던금속거래소)측에도 이를 통보했다.

또 16일아침에는 사내방송을 통해 부정거래사실을 전직원들에게 미리
알리기도 했다.

사건자체를 숨겨 무거운 처벌을 받았던 다이와은행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계산에서다.

스미토모측은 이번사태와 관련 각정부의 조사에 적극 협력하는 한편
통상적인 거래를 계속해 LME의 질서유지에도 협력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사건의 진상조사에 나서고 있는 미국과 일본정부당국의 조사결과에
따라서는 회사측도 무거운 처벌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아키야마사장은 "하마나카부장이 장부외거래를 통해 사실을 교묘히 은폐해
왔다"고 변명하고 있으나 10년간이나 부정거래를 발견치 못한 회사측의
태만한 관리책임은 결코 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스미토모측은 원했든 원하지 않았던 지난 10년동안 각국정부등에 거짓보고
를 해왔던 결과가 초래된데 대해 어떤 형태로든 책임을 지지 않으면 안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지야마 세이로쿠 관방장관이 이날의 사태와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기업모럴의 붕괴가 심각한 상태에 와있다"고 탄식하고 있는 점이 보여주듯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일본기업들의 관리능력에 대한 불신이 더욱 확산될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스미토모측이 이번일에 감을 잡은 것은 지난 5일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마나카부장이 동거래책임자직책을 그만둔 지난달이후 동가격이 급락을
계속하는 점을 이상히 여겨 사내조사를 진행한 결과였다는게 회사측의 설명
이다.

LME에서는 최근 동가격의 하루낙폭이 15%에 달하기도 하는등 유례없는
폭락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스미토모상사는 LME전체동거래의 5%를 차지할 정도의 대량거래를 통해
동시세를 좌우해 왔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