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의 옥상옥인 전무를 없애자"

일본 재계에 "전무없애기" 바람이 거세다.

일본 업체들이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임원층 다이어트에 나서면서
"전무"가 빼야할 군살 1호로 시련을 겪고 있는 것.

이달말부터 일본 5대 철강업체에는 전무가 완전히 사라진다.

이미 전무를 없앤 신일본제철(신일철)과 NKK에 이어 고베, 스미토모,
가와사키등 3사도 6월27일부터 전무직을 공석으로 비워두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전무직 없애기"의 선구자는 신일철.

지난 87년 고로를 3기 가동중단하는 대대적인 리스트럭처링을 실시하면서
전무를 없앴다.

정관상으로는 아직 남아있는 직책이지만 10년가까이 "무전무"체제로 순항을
계속하고 있어 전무라는단어는 이미 "사어"나 다름없다.

NKK도 지난 94년 리스트럭처링을 실시하면서 전무를 "전무"상태로 만들어
버렸다.

이들 양사에 이어 "전무없애기"에 합류한 3사중 가장 "급진적"인 업체는
고베.

전무 숫자를 "11"에서 "제로"로 바꿔 놓기로 했다.

이들 전무가운데 5명은 부사장으로 승진하고 6명은 자리에서 물러난다.

신중기경영계획의 세기둥중 하나로 "임원개혁"을 내걸고 있는 가와사키도
전무를 없애고 의사결제 라인을 사장-집행당당이사-부장 체제로 단축할
방침이다.

부사장 이상은 회사의 "얼굴"역할과 함께 경영전략결정, 전사적 경영과제의
방향결정등을 다루도록 한다는 구상.

"책임권한을 명백히 하면서 수평적조직을 만든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전략이다.

스미토모도 2명이었던 전무를 모두 부사장으로 승격시키면서 전무를
자연도태시킨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이런 바람은 일본 전체업계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전무"라는 직책이 완전 퇴화할 날도 얼마 남지 않은 셈이다.

쓰이지 않는 기관은 퇴화한다는 용불용설이 회사조직에도 적용되고 있다는
얘기다.

< 노혜령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