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리쿠드당수인 벤야민 네탄야후 후보의 총리 당선이 확정적인
가운데 이스라엘의 레바논 남부 점령지에서 지난달 30일 2건의 폭탄테러가
발생, 중동평화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미국의 중재로 지난 4월27일 가까스로 이뤄졌던 회교무장단체 헤즈볼라와의
휴전이 깨지는 폭음이었다.

같은날 이스라엘증시의 주가지수는 단 하루만에 4%가 추락했고 이스라엘
셰켈화 가치가 덩달아 떨어졌다.

또 미국 금용시장에서 거래되는 이스라엘채권(양키본드)의 가격도 기관
투자가들의 우려속에 급락했다.

이스라엘채의 수익률은 미국채 수익률보다 0.04%포인트 높은게 정상
이었으나 개표 윤곽이 드러나자 0.05%포인트로 수익률 격차가 넓어진
것이다.

이같은 국경지역의 폭음과 국내외 금융시장의 동요는 리쿠드당의 약진과
벤야민 네탄야후의 당선과 맞물려 "중동평화가 안개에 휩싸였다"는 지구촌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변이 없는 한 차기 이스라엘 총리가 될 네탄야후 리쿠드당 당수는 선거
운동과정에서 시몬 페레스 현총리가 이끈 노동당의 "점령지 반환을 통한
영구적인 중동평화" 정책을 맹렬하게 비판해 왔기 때문이다.

페레스정부는 팔레스타인 정치정부를 독립국가로 인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으나 네탄야후의 리쿠드당은 자치권을 확대하는데 반대하는 공약을
내걸었다.

또 페레스총리는 회교무장단체에 활동을 은근히 지원해온 시리아에
대해서도 점령지인 골란고원을 되돌려줌으로써 화해를 모색할 뜻을 비쳐
왔고 이 역시 우익 리쿠드당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격해 왔다.

네탄야후측은 이웃 국가들의 요구조건을 들어주면서 평화를 추구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평화와 안보라는 "두마리 토끼"를 다 놓치는 위험천만한
발상이라며 여당을 몰아쳤다.

대신 힘의 우위를 통한 절대적인 안보확보를 중시하면서 주변 국가들에
대한 유화정책은 더 이상 필요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중동전문가들은 따라서 네탄야후후보의 공약에 비춰 이번 선거로 정권
교체가 확실시된 것 자체가 일단 중동의 정치.외교기상도를 어둡게 만들기에
충분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불확실성으로 인해 이스라엘에 대한 외국인투자도 당분간 주춤거릴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지난 4년간의 노동당집권기에는 아랍권과의 평화협상에 힘입어 이스라엘에
대한 외국인투자가 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봇물을 이루었지만 이번 선거
결과로 분위기가 썰렁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네탄야후의 리쿠드당이 강경한 우익입장을 대변한 공약을 그대로
행동에 옮기지는 못할 것으로 보는 분석도 차즘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동평화안을 주도해온 미국이 페레스의 뿌리부터 수정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미국의 "친밀한" 관계에 미뤄 이스라엘에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미국의 입장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또 네탄야후 입장에선 득표율로 따져 1% 미만인 박빙의 차이로 페레스를
앞질렀기 때문에 양분된 국론을 조정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등장했다.

이 개표결과는 페레스의 중동평화정책에 찬사를 보낸 이스라엘 국민도
반수가 된다는 사실을 반영하고 있어 차기 총리는 국민화합을 위해서라도
자신의 공약을 그대로 밀어붙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차기총리 1순위인 네탄야후가 과연 자신의 강공책을 얼마나 누그러뜨릴지는
미지수지만 이번 이스라엘 총선을 분수령으로 중동의 정치경제가 일대
과도기로 접어든 것은 분명하다.

< 양홍모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