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증시는 지금 마치 IPO라는 땔감으로 거세게 불붙고 있는 용광로와 같다.

택시안에서든, 기업중역실에서든 IPO가 최대 화제거리다.

시골농부에서 예술가에 이르기까지 IPO를 화두로 올리지 않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어려울 만큼 미전역이 IPO로 들끓고 있다.

IPO대화에 끼이지 못하는 사람들은 팔불출이란 핀잔을 들을 정도다.

IPO로 일확천금의 행운을 잡는 기업가들이 속출하고 일반투자자들도 높은
투자이익을 얻고 있다.

증시주변에서는 IPO로 하루아침에 백만장자가 된 사람들의 일화들로 시끌
벅적하다.

온 국민이 국민주식붐에 휩쓸려 전국이 주식열풍에 휩싸였던 80년대말의
우리나라와 비슷한 상황이 미국에서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IPO붐은 80년대말 미전역에 휘몰아쳤던 LBO붐을 능가한다.

매수대상기업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조달, 마구잡이로 기업들을
사들이는 LBO붐은 당시 증시를 정크본드(값이 싼대신 위험도가 높은
회사채)의 무대로 만들었다.

격주간 경제지 포춘은 IPO에 의한 신규주식이 정크본드보다 훨씬 강하게
증시를 달구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IPO붐에 편승, 증시가 불꽃같은 활황장세를 지속하자 미국인들은 벌떼처럼
증시로 뛰어들고 있다.

현재 미주식투자자수는 어립잡아 5천1백만명.

전체인구의 약 5분의 1이다.

올들어 대략 1백여만명의 신규투자자들이 증시로 뛰어들었다.

주식투자자수가 급증한 것도 주목할 만한 일이지만 보다 더 중요한 변화는
투자자들의 투자행태가 바뀌고 있는 점이다.

전에는 뮤추얼펀드를 통해 간접적으로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이었다.

하지만 퇴직금이나 연금등을 갖고 새로 증시에 참여하고 있는 투자자들은
자신들이 직접 투자종목을 결정, 주식매매를 하고 있다.

위험부담은 있지만 차익을 고스란히 먹을수 있다는 매력때문이다.

식을줄 모르는 활황장세가 투자자들의 가슴에 바람을 불어넣어 공격적으로
만들고 있다.

IPO붐을 일으키고 있는 주역은 벤처기업들.

그중에서도 컴퓨터소프트웨어나 인터넷관련 첨단기업들이 주역중 주역이다.

의류업체나 금융업체들도 끼어 있지만 그리 많지 않다.

IPO붐은 미국이 "기회의 나라"임을 새삼 확인시켜 준다.

아이디어 하나로 벤처기업을 일으킨후 주식을 공개, 벼락부자가 된 사람들
이 부지기수다.

존 월레카, 존 도에르, 마이클 모리츠, 데이빗 필로...

IPO로 돈벼락을 맞은 기업인들이다.

이중 벤처기업지원펀드인 브렌트우드어소시에츠사의 존 월레카사장은
IPO시장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첨단전자부품업체인 사일런사에 4백만달러의 기업자금을 대준 그에게
지난 3월12일은 영원히 잊을수 없는 날이었다.

이날 사일런사는 나스닥증시에 주식을 공개했다.

공개물량은 3천만달러치였고 주당 공모가는 26달러였다.

월레카사장은 주가가 공모가격보다 몇달러정도 오르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거래를 알리는 부자가 울린지 1분만에 주가는 55달러로 솟구쳤다.

이 1분 사이에 월레카의 손에 들어온 돈은 무려 3억9천만달러.

사일런주가는 현재 64달러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존 도에르는 IPO시장의 기린아.

클라이너퍼킨스라는 투자은행을 운영하고 있는 도에르는 작년 8월 인터넷
소프트웨어업체 네트스케이프사의 IPO를 통해 2억5천만달러를 한순간에
챙겼다.

그는 네트스케이프의 지분을 상당히 갖고 있다.

역시 인터넷소프트웨어업체인 야후사의 공동경영인인 마이클 모리츠와
데이빗 필로도 IPO붐으로 떼돈을 번 기업인들이다.

1년전에 설립된 야후사의 주식은 올 4월 나스닥에 상장됐다.

공모가가 주당 13달러였던 이 주식은 상장당일 33달러로 솟구쳤다.

이 하룻만에 두사람은 각각 1억4천6백만달러와 1억3천2백만달러를 벌었다.

이들 기업가들보다는 훨씬 못하나 개인투자자들도 IPO열기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주로 IPO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험머윈블라스펀드는 올들어 지금까지 펀드
가입자들에게 50%의 투자수익률을 올려 주었다.

IPO붐이 미국경제에 기여하는 몫도 상당하다.

IPO를 통해 거액의 기업운영자금을 끌어모은 첨단중소업체들은 많은
일자리를 창출, 경제성장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벤처기업들은 보통 4만달러의 자금을 조성할때마다 1명의 인력을 더 고용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따라 지난해 IPO로 3백억달러를 끌어모은 중소업체들은 7만5천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올들어서는 이미 2백여억달러치의 IPO주식물량이 공개됐으니 5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겨난 셈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