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셀=김영규특파원]

"유럽이 시끄럽다"

파업의 불길이 걷잡을수 없이 번지고 있는데다 영국산쇠고기의 금수로
인한 EU(유럽연합)의 내분까지 겹치는 2가지 악재에 휘말려 신음 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파업 확산과 EU내분양상을 반영해 유럽의 기축통화인 마르크화는 21일
국제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5420마르크의 환율로 거래돼 그 가치가 1년
4개월만의 최저수준으로 추락했다.

파업은 독일 노르웨이 프랑스등에서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벌이지면서
기업들의 납기차질이 속출하는등 다른 유럽국의 경제로까지 불똥이 튀기고
있다.

여기에 영국은 EU(유럽연합)가 영국산 쇠고기의 금수조치를 풀지 않을 경우
EU집행위가 주관하는 모든 유럽통합절차를 보이콧하는 실력행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경고해 국가간 정면충돌의 위기에 직면했다 이번 파업 확산및
회원국간 내분은 각국 정부가 쉽사리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는 난관
으로 여겨져 앞으로 유럽대륙이 상당기간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 파업사태 ]]]

프랑스의 주요 산업체노조들은 23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선언
했다.

프랑스정부가 산업 경쟁력강화와 실업난해소등을 명분으로 공기업의
민영화와 재정긴축및 노동시간단축등의 방침을 정하자 프랑스공무원독립노조
와 노동민주동맹등이 들고 일어난 것이다.

기업별로 르노자동차노조가 23일부터 파업한다고 결의했고 프랑스최대그룹
인 알카텔 알스톰의 노조와 에어프랑스 푸조자동차등도 동참할 계획이다.

또 경찰 전력회사 전화국 철도 가스공사등도 다음달초부터 파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어 프랑스 사회의 불안이 극에 달할 전망이다.

이에앞서 독일에서도 공공서비스부문 근로자들이 헬무트 콜정부의 사회
복지지출축소와 임금동결방침에 발끈해 지난 20일부터 경고파업을 벌이고
있다.

노조는 현재 경고파업과 대정부 협상을 병행하고 있는데 협상이 결렬될
경우 총파업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노르웨이의 경우엔 기계 조선부문 노동자들이 임금동결에 항의해 지난
13일부터 10여일째 파업을 계속함에 따라 경제적인 타격이 가시화되고 있다.

노르웨이 파업은 특히 독일의 BMW와 아우디, 스웨덴의 사브와 볼브등이
자동차부품을 납품받지 못해 생산에 차질을 빚는 부작용을 낳았다.

[[[ EU 내분 ]]]

영국의 메이저총리는 21일 "EU의 영국산쇠고기 금수조치가 철회되지 않으면
영국은 통상적인 EU활동을 거부할 것"이라고 밝혀 광우병파문이 급기야 EU의
내분으로 치닫게 됐다.

영국측은 광우병 감염 확률이 높은 사육 30개월이상된 소를 도살하고 있는
등 나름대로 최선의 대응책을 내놓았는데도 불구하고 EU집행위가 지난 20일
쇠고기는 고사하고 화장품의 원료등으로 쓰이는 쇠고기부산물까지 계속
금수조치키로 결정한 사실에 강경 대응키로 한 것이다.

메이저총리는 자크 시라크 프랑스대통령이 지난주 영국을 방문했을때
광우병 수습에 대한 영국측의 입장을 전달하고 금수해제에 대한 지원을
약속받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EU집행위가 부정적인 결정을 내리자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메이저의 강수에대해 영국의 우익보수대변지인 데일지 메일지는
"메이저총리가 마침내 전쟁터로 나갔다"며 쇠고기 금수조치가 풀리지 않는한
영국은 EU와 결별해야 된다는 논조를 펴면서 영국정부의 방침을 지지했다.

유럽현지에서는 영국이 EU의 통합추진활동을 보이콧하는 것은 지난 65년
EU탄생이래 역내 국가간의 최대 내분사태로 인식하고 있어 자칫 EU통합작업
자체가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대두됐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