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적자폭이 갈수록 확대되면서 아르헨티나 정부의 주름살이 늘고 있다.

태환정책과 외자도입에 절대 의존하는 아르헨티나 경제는 재정적자를
줄이려 안간힘을 쏟고 있으나 장기불황에 허덕이는 현실의 벽은 두텁고
높기만 하다.

적자행진이 계속될 경우 아르헨티나는 재정감독권을 지닌 국제통화기금
(IMF)측과 다시금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아 적자원인을 설명하고 차관지원이
계속될수 있도록 사정해야 한다.

분기마다 IMF로부터 재정감사를 받아 온 아르헨티나 정부는 매번 "약속
불이행"의 대가로 국가 회계장부를 감사단에게 그대로 내보이며 아쉬운
소리를 해왔다.

그동안 아르헨티나 경제회생을 위해 차관을 쏟아부은 IMF는 흑자를
고집하다 최근엔 재정균형마저 불가능해 보이자 일정한도의 재정적자
수준까지 낮춰 양보했으나 아르헨티나 정부로서는 목표달성이 요원한
실정이다.

지난 1월말 IMF 감사단은 금년말까지 25억달러이하의 재정적자만을 허용
하기로 아르헨티나 정부와 합의했다.

이는 멕시코의 "데킬라 파동"이후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한 아르헨티나
경기와 세수미달사태등을 감안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 1월이후 지금까지 실질적자폭이 예상치를 밑돈 적은 한번도
없었다.

4월에 기록한 5억8,000만달러의 적자를 포함해 올들어 4개월동안의
누적적자는 이미 IMF가 권고한 25억달러 예상적자의 70% 수준에 이르렀다.

이러한 속도로 적자폭이 확대되면 금년말까지 40억달러를 훨씬 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원인은 다양하다.

먼저 세금이 잘 걷히지 않고 있다.

메넴정부는 태환정책의 버팀목중 하나인 세수에 과거 어느 때보다 큰비중을
두었으나 약간의 호전기미만 보인 상태에서 멈칫거리고 있다.

세원확대와 체납세 분할지불등이 과거 정권때는 찾아볼수 없던 조치로
체납과 탈세에 따른 불이익을 두려워할 정도까지 납세자들의 인식을 웬만큼
바꾸는데는 일단 성공했다.

그러나 실제 세수는 매달 2억~3억달러씩 목표수준에 못미치고 있다.

이는 2년째 계속되는 장기불황에 큰 원인이 있다.

지난해말부터 납세자들은 세무당국의 "선처"로 체납세를 일정기간 분할
상환하겠다고 약속했으나 불황과 자금난, 기업파산의 연속으로 채무이행이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사업주의 고용기피와 높은 실업률로 연금세 적자폭은 연말까지
37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연금당국은 예상하고 있다.

유령 연금수혜자와 공무원들이 적지 않아 매월 상당액의 국고가 낭비되는
것도 큰 문제점이다.

연금수혜자는 전국적으로 300만명정도이나 이중 30만명이 이미 사망하거나
다른 직업을 가졌으면서도 매월 연금을 받아 연평균 9억달러이상의 국고를
축내고 있다.

전체 수혜대상자의 10%가 국가를 상대로 사기극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태환실시 3~4년동안 국고를 살찌우던 국영업체 민영화 사업도 사실상
끝났다.

아르헨티나 북부 자시레타 수력발전소와 일부 전기회사등의 매각이
추진되고 있으나 적자개선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외채부담도 만만치 않다.

아르헨티나의 외채는 민간.공공분야를 통틀어 지난 3월말 현재 881억달러를
기록했다.

올들어 지난 3개월동안 각종 국.공채 발행과 차관도입등으로 25억8,000만
달러가 증가했다.

또 같은 기간 13억2,000만달러의 외채 원리금을 상환한 것으로 나타나
채무의 악순환 현상을 드러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연말까지 900억달러를 돌파해 80년대 초반의 외채위기가
재연될 수도 있다.

한가지 다행스런 점은 외자사정이 약간 호전됐다는 것이다.

멕시코 환율파동과 동시에 앞다퉈 외국으로 빠져나갔던 외자와 국내 저축이
서서히 원래의 수준으로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

문제는 아르헨티나로 들어온 외자중 상당액이 단기차익을 노린 "핫머니"
성격이 짙다는 점이다.

이 돈은 제2의 멕시코 파동조짐이 보이는 즉시 아르헨티나를 빠져나갈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경제당국을 더욱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