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를 공산당이 재집권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지면서 터키 남쪽
조그만 섬인 키프로스가 러시아 자본가들의 자금은닉처로 급부상하고 있다.

러시아의 신흥 재력가들은 오는 6월 대선에서 공산당이 집권할 경우 자유
경제체제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 판단, 러시아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이는
키프로스를 새로운 경제활동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현재 이곳에 은닉된 러시아 자금규모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으나 250억
달러 상당의 러시아 해외자산중 상당분이 이곳을 거쳐 런던 뉴욕 등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지에 등록된 러시아기업수는 7,000개며 이중 2,500개사는 막대한
자금을 이용, 역외국과 활발한 사업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에따라 키프로스내 26개 외국계 은행중 8개가 러시아와 관련을 맺고
있으며 러시아 전화선은 항상 분주한 실정이다.

러시아의 모스니코스 인베스트먼츠가 국방부로부터 위성을 임차, 러시아와
키프로스를 연결하는 장거리전화망을 구축한 것도 이를 반영한 것이다.

키프로스가 이처럼 러시아 재계의 총애를 받는 것은 양국간 이중과세
방지조약이 체결돼 있어 4.25%의 법인세만 물면 영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키프로스의 3분의 1은 터키 영역이나 인구가 많은 남부는 러시아와
같은 정교회를 믿는 그리스계가 지배, 사회적 동질성을 갖고 있다.

비자없이 입국이 허용돼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한 것도 또다른 장점으로
작용, 지난한해 키프로스를 찾은 러시아인들은 10만명을 넘었으며 고정
거주자만도 8,0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따라서 러시아 자본가들은 경제활동이 자유롭고 범죄가 없는 이곳에 막대한
자본을 빼돌려 미국식 주택과 러시아풍 식당을 잇따라 건설하며 생활 터전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인들이 밀려 오는데 대한 키프로스의 반응은 찬반이 공존하는
분위기다.

막대한 자금의 유입으로 경제적으로는 도움이 되는 이점도 있으나 미국 등
서방세계로부터 돈세탁의 근원지란 비난을 받는 불이익도 뒤따르고 있다.

그러나 정치불안에 시달리는 러시아 경제인들에게 키프로스는 ''도원경''
임에 틀림없다.

< 브뤼셀 = 김영규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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