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자동차업계에 인사태풍이 몰아닥치고 있다.

지난해 6월이후 도요타와 다이하쓰의 사령탑이 옷을 벗었다.

올 6월에는 닛산 미쓰비시 마쓰다 후지중공업 등 4개사의 톱이 물러난다.

12개사 가운데 절반인 6개사의 최고경영진이 교체되는 셈이다.

버블붕괴로 리스터럭처링(기업구조개편)이 한창인 상황에서 내로라하는
자동차업계의 얼굴들이 세대교체라는 또다른 위기를 맞은 것.

인사 회오리는 도요다 다쓰로 도요타사장의 전격적인 교체로 일기 시작
했다.

도요타그룹은 지난해 8월 전문경영인 출신의 오쿠다 히로시 부사장을 사장
으로 발탁했다.

올들어서도 쓰카하라 노부히사 미쓰비시자동차사장이 지병 때문에 물러
났다.

이들 두사람은 연약한 인상을 줬다는게 업계의 평가.

따라서 한시가 바쁘게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대처할 수 있는 인물을 발탁
하고 나섰던 것.

이에따라 도요타는 학생시절 유도로 명성을 떨친 오쿠다 히로시부사장을,
미쓰비시는 골프 때문에 까맣게 그을린 피부를 가진 기무라 자회사 사장을
사령탑에 올렸다.

이에 뒤질세라 다른 회사들도 하루 24시간 뛸수 있는 ''슈퍼맨(?)''들을
고르기 시작했다.

가와모토 혼다사장은 자동차사고가 나지 않는한 하루 24시간은 뛸수 있는
인물로 통한다.

사이토 닛산디젤사장 또한 건강을 타고난 인물.

휴가때면 부인을 집에 두고 혼자서 등산을 하는 정력을 과시하고 있다.

새 경영인들은 성격이 활발하면서도 대범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닛산사장에 내정된 하나와부사장은 명랑한 성격이 다소 우울해지기는
했으나 본질적으로는 쾌활한 사람이다.

신구이이치 다이하쓰사장도 경자동차의 새모델이 히트하면서 회사를
힘차게 이끌어 간다는 평을 받고 있다.

도요타의 오쿠다사장도 취임하자마자 ''솔직한 경영''을 모토로 내걸고
공격적인 경영을 하고 있다.

올해 톱을 교체하는 이들 4사는 내수침체, 수출시장 여건 악화라는 2중고
를 타개해 나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러기에 건강과 밝은 성격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새 사장들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살아남기 위해 공격적인 경영전략도 짜내야 할 입장이다.

자동차 톱 물갈이의 특징 가운데 하나로 꼽을 수 있는 ''60대 등장''은 바로
이같은 여건을 감안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 등장한 일본자동차업계의 사령탑들이 미국의 공세와 한국 등 후발국
의 도전을 어떻게 막아낼 것인지 주목된다.

< 이창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