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리우드 배우들은 클린턴과 돌중 누구를 밀고 있을까.

당장 선거가 치러진다면 빌 클린턴 민주당후보가 압승할 것이라는게 연예계
의 평가다.

그 근거는 미 연예인들의 정치헌금현황.

미연방선관위(FEC)가 최근 공개한 연예인들의 정치헌금내역을 보면 작년
1월부터 올 3월까지 빌 클린턴대통령의 선거운동캠프에 대한 지원숫자와
규모가 공화당후보인 봅 돌 상원원내총무를 압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클린턴후보의 연예인지원단에는 내로라는 스타들로만 50명이상 들어 있다.

스티븐 스필브그, 데이비드 게펜, 페니 마샬, 알랜 파큘라 등 미국
영화계를 주름잡고 있는 제작자나 감독들에서부터 마이클 더글라스, 톰
행크스, 세비 체이스, 멜라니 그리피스, 캐서린 터너와 같은 영화배우들은
한손으로 다 꼽을 수없을 정도로 많다.

또 퀸시 존스, 닐 다이아몬드, 마이클 볼트, 린다 론스타드, 찰리 사이몬
등각 장르에서 미국팝계를 대표하는 가수들이 클린턴후보에게 지원금을
주저없이 냈다.

CNN토크쇼에서 명성을 날리고 있는 레리 킹도 연예계에서 소문난 클린턴
지지자.

이들 클린턴지지파중에는 개인후보에 대한 헌금법적한도(1천달러)로 성이
차지 않은지 한도가 없는 정당후원금채널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원초적 본능"으로 세계의 섹스심볼로 자리잡은 샤론 스톤이나 스티븐
스필브그, 바브라 스트래이전드, "해리가 셀리를 만났을 때"의 감독 롭
라이너 등이 바로 이런 맹렬지지자들이다.

이에비해 밥 돌 후보에게 정치헌금을 낸 연예인은 한손으로 셀 수 있다.

영화배우 제임스 스튜어트, 가수 팻 분, 코미디언 봅 호프 등 그나마
모두 한물간 연예인들 뿐이다.

팻 분은 겨우 2백50달러를 지원금으로 내고 봅 돌의 지지자로 올라 있다.

클린턴 대통령에 대한 연예계의 이같은 일방적 지지는 연예인들의 자유
분방한 정서 때문인 것으로 미정치평론가들은 해석한다.

그러나 연예인들이 이해득실을 따지고 지지후보를 고른다면 오히려
반클린턴 진영에 서야 한다.

클린턴대통령은 어린이들이 음란외설물에 오염되는 것을 막는다며 인터넷
정보유통을 제한하고 TV에 V칩을 장착하도록 의무화하는데 앞장섰다.

또 미국의 연예오락상품이 세계 곳곳에서 도용당하고 있는데 대해서도
클린턴 행정부는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게 일반적인 평가다.

이 때문에 냉정히 경제적 이해득실을 따진 다음 지지후보를 선택하는 일부
연예오락기업들은 밥 돌 후보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워너브라더사는 단일헌금으로 연예계에서 최대규모인 20만달러를 공화당에
지원했고, 홈쇼핑채널을 운영하는 QVC, ABC방송의 캐피털시티, 소니영상과
소니음반 등도 공화당에 더 많은 정치헌금을 냈다.

공화당과 봅 돌 선거운동본부는 미연예오락산업의 현안을 집중 부각시켜
연예인들의 "낭만적 정치의식"을 바꿔보자는 전략을 펴고 있다.

8일 워싱턴에서중국의 영상소프트웨어저작권 침해행위에 관한 청문회가
열리는 것도 공화당선거전략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

하지만 연예계의 친클린턴정서는 요지부동이다.

헐리우드여성정치위원회(HWPC)의 라라 버그솔드 사무총장은 "연예인들의
정치적 입장에는 본질적으로 경제논리가 배제된다"면서 "예술가적 연민"과
같은 독특한 정서가 연예인들의 정치의식을 지배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월트디즈니나 드림웍스가 클린턴을 지지하고 있는 것을 예로 들면서
개인 뿐만 아니라 연예오락기업에도 이같은 정서가 지배적이라고 주장했다.

아무튼 미국사회에서 연예인의 대중적 위상을 감안할 때 빌 클린턴 대통령
은 대선을 6개월여 앞두고 밥 돌 상원원내총무에 대해 확고한 우위를 지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