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통상정책을 진두지휘하는 상무장관과 무역대표가 바뀌었지만 미
통상정책의 기조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신임 캔터상무장관이나 바셰프스키무역대표서리 둘다 지난 3년반동안
미무역정책의 최전선에서 일해온 인물들이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대외시장개방및 수출확대를 위한 강경 노선이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그렇지만 캔터의 역할은 상당히 바뀌게 됐다.

그는 그동안 외국시장개방을 위해 상대국에 대해 무역보복을 위협하거나
체결된 무역협정의 이행을 강제하는 악역을 해왔다.

그래서 국제사회가 그에게 달아준 별명은 "못된 경찰(bad cop)"이었다.

반면에 브라운전상무장관은 캔터가 열어놓은 외국시장에 수출.투자촉진
사절단을 이끌고 다니면서 해외로부터 환영받는 "좋은 경찰(good cop)"
역할을 수행했다.

이제 캔터는 신임상무장관으로서 "배트캅"이 아닌 "굿캅"이 됐다.

이로써 고브라운장관의 유지를 받들어 미상품을 해외에 판매하는 미국의
세일즈맨 임무를 담당하게 된것이다.

하지만 연말 대선까지는 클린턴대통령의 재선운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문에 국제통상무대에서 캔터의 활동은 당분간 뜸해질 것 같다.

그대신 바세프스키 무역대표서리가 미국의 "배드 캅"이 돼 대외시장을
개방하는 첨병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바세프스키는 3년여간 무역부대표로 재직중 캔터못지않은 초강경파로서
대외시장개방에 앞장서 왔다.

특히 중국과 일본등 아시아시장의 개방이 그의 전담분야였다.

이에따라 미통상정책은 앞으로 아시아시장개방쪽으로 초점을 맞출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정식 무역대표가 아닌 대표서리라는 직책상의 한계때문에 캔터만큼
강력하게 대외시장개방을 밀어부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일부 지적도 있다.

바셰프스키 대표서리의 향후 정책방향이 어떠할지는 다음주 일본에서
열리는 미.일.EU.캐나간의 4자통상회담에서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 뉴욕 = 박영배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