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가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달러화는 10일 뉴욕시장에서 108.39엔을 기록, 2년2개월만의 전일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다.

이에앞서 런던시장에서도 달러당 1백8.53엔을 기록, 2년여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달러강세" 자체가 새삼스런일은 아니다.

시장관계자들 사이에서 올 연말까지 달러강세가 지속되리란데는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올 상반기안에 1백8엔 돌파는 어려울 것으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예측했었다.

이달초만 하더라도 올 6월말께 달러화는 1백7.13엔대를 나타내리라는게
외환전문가들의 평균 예상치였다.

그러나 달러화는 9일 도쿄시장 1백8엔을 넘어서더니 런던, 뉴욕등 전세계
외환시장에서 1백8엔을 훨씬 뛰어넘는 고속상승을 이어갔다.

이같은 예상밖의달러 초강세 요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일간 금리차"를
첫번째로 꼽는다.

현재 미국의 10년만기 채권수익율은 6.64%.반면 일본의 10년만기 채권
수익율은 절반수준인 3.205%에 그치고 있다.

금리가 낮은 시장에서금리가 높은 곳으로 돈이 흘러드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미국계 헤지펀드는 저리로 조달한 엔을 달러로 바꾼뒤 미채권 투자에 쏟아
넣고 있다.

이때문에 시장에서는 미채권하락 자체보다도 미.일간 금리차이 확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런 금리격차는 미.일간 경제상황에서 비롯된 것이다.

미국의 경우 일자리가 급격히 늘어나는등 얼어붙었던 경기가 완전히 풀리고
있다.

이때문에 추가금리인하 기대는 완전히 사라지고 과열경기를 막기 위해
금리를 올릴지도 모른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이렇게 되면서 미국 채권수익율은 날로 치솟고 있다.

반면 일본경기 전선에는 좀체 따뜻한 기운을 느낄 수 없다.

올초부터 경기회복이 시작됐다고는 하지만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 온도는
여전히 싸늘하다.

일본은행이 "금리인상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것도 경기회복이
아직 미흡하다는 판단에서다.

여기에 일본의 무역흑자의 감소세가 달러고.엔저 구도를 든든히 떠받치고
있다.

이때문에 "달러화는 앞으로 6달안에 1백12엔을 넘어서 1년안에는 1백15엔
까지 올라갈 것"(타판 다타 아메리칸익스프레스은행 분석가)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1백10엔대까지는 아니더라도 1백9엔대까지는 가리라는게 외환전문가들은
분석이다.

물론 엔고 재연의 우려도 있다.

첫째 일본 경제회복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사상최저수준에 머물러 있는
일본의 금리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이다.

둘째 미국경기가 과열양상을 보이면서 인플레를 유발, 달러화 가치가
곤두박질 치는 상황이다.

실제 미국의 유가, 곡물등이 급등하면서 원자재 가격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수인 CRB지수가 8년여만에 최고치를 보이는등 인플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인플레우려가 아직은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인플레 우려보다는 미국의 중앙은행격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FRB)에 대한 신뢰쪽에 무게를 더 두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바켓 스트러티지스트의 댄 아사니 사장은 이와관련, "투자자들은
FRB가 인플레를 막으리라고 믿고 있으며 이때문에 원자재 가격급등이 달러에
영향을 전혀 미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주가도 엔고를 재연할 변수로 지적된다.

닛케이주가지수는 최근들어 연일최고치를 경신하는등 활황세를 보이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투자자들은 일본주식시장으로 몰려들 수 도 있다는 얘기다.

영스탠더드 차터는 "닛케이지수가상승세를 타면서 많은 투자자금을 끌어
들일 것"이라며 "이럴 경우 달러와는 1백엔수준으로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
고 진단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엔고보다는 달러고 요인이 우세하다.

설사 일본경제가 완전히 회복되고 증시가 활황국면에 들어선다 하더라도
일본정부가 엔고를 반길리 없기 때문이다.

일본 경제가 완치될때까지 일본은행은 시장개입을 통해 엔고를 필사적으로
막을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 노혜령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2일자).